이사, 구조조정, 그리고 계약직
잦은 이직사유, 퇴사사유를 미래의 좋은 회사에게 설득하고 저의 직업관을 탐구하고자 이번 브런치 시리즈 <그녀는 왜 또 퇴사했을까>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ver)
순진한 저는 타인도 저처럼 직업적 성장 관점에서 자신에게 맞는 산업 분야와 직무를 탐색하기 위해, 혹은 자신에게 맞는 조직문화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직을 한다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모두 같은 동기를 갖고 있다고 왜 이렇게 순진하게 착각하는 것일까요. 퇴사 사유를 찾아보니 코에 붙이면 코걸이, 귀에 붙이면 귀걸이와 같은 퇴사 사유가 참 많더라고요.
오늘 포스팅에서 구구절절한 혹은 기상천외한 퇴사 사유를 다루지는 않을 겁니다. 반대로, 어떤 기업의 인사담당자라도 100% 납득할 수 있는 퇴사사유 3가지를 가져왔습니다. 두괄식에 충실한 저는(?) 바로 해당 퇴사사유의 키워드를 알려드려서 또 김새게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사, 구조조정, 계약직 퇴사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해당 키워드만 봐도 바로 납득 가시죠?ㅎㅎ 시작하겠습니다.
-결혼, 출산, 혹은 배우자의 타 지역 전배로 인해 기러기 생활을 하기 싫어 함께 이사를 결심한 경우.
-도시와 도시를 오가는데 왕복 200km 이상을 매일 뛰어야 하는 경우.
-혹은 실 km 수는 얼마 안 되지만 ktx, srt + 지하철 + 버스의 콜라보로 인해 출근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먼저 지친 경우 (글을 쓰면서도 기 빨리고 지치네요.ㅋㅋ),
개인적인 사유(경제적 이유, 가족의 이주, 이민 결심 등)가 무엇이 되었든, 거주지 변경으로 인해 새로운 지역에서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경우는 누가 봐도 납득되는 퇴사 사유입니다. 서울 특유의 바쁜 분위기(저는 서울의 핵 중심에서 태어나서 사실 이걸 잘 못 느꼈었어요.), 경쟁적인 분위기, 바다가 가깝지 않다는 이유(?ㅋㅋ...)로 부산 이주를 결심했다면.
반대로, 직무 순환 때문에 부산으로 발령받았는데 도저히 갓난아이를 두고 부산으로 못 갈 것 같다면. 어찌 되었든 기존 회사에서 체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신이 이미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에서 새 직장을 구해야겠죠.
스타트업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스타트업을 포함한 유연한 조직문화를 가진 곳의 경우에는 사실 주 1회 출근하는 등으로 타협이 가능합니다. 다만, 요즘은 재택근무, remote work가 점점 사라지는 추세여서 굉장히 유감입니다. 적어도 하이브리드 형태의 근무는 생산성과 고용 유연성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자가 부산으로 발령받아, 저도 함께 부산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 7년간 근무했던 회사를 뒤로하고 새로운 회사에서 경력을 이어간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가족과 생활환경의 안정성을 위해 고민 끝에 결정했고 00 회사에 지원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진행했던 abc 마케팅 캠페인을 비롯해, 마케팅 전략을 짜고 다양한 매체에서 실행했던 부분은 지금 00 회사에서 3040 타깃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2025년 xyz 캠페인을 진행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사가 100% 온전히 퇴사 사유로 들려서는 안 됩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지역 이동, 이사로 인해 새 직장을 구해야 하는 점은 누구나 납득가능하지만, 새로운 지역에서 '우리 회사'에 지원한 뾰족한 이유를 설득시켜야 합니다. 이사, 지역 이동은 객관적인 퇴사 사유이며 개인적, 가족적인 이유로 어느 회사나 누구나 인정하는 100% 수긍되는 퇴사 사유이지만, 이사는 10% 정도의 지원동기와 퇴사 이유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지원동기를 이야기할 때, 서두에서 '이사'로 운을 뗀 후, 궁극적으로 선명한 '우리 회사 지원동기'를 말해야 합니다. 이사나 지역 이동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회사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힘을 주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즉, 이사는 '곁들임'일뿐입니다.
참 안타깝지만, 요즘 희망퇴직 & 해고 바람이 불고 있죠. 시장이 엉망입니다. 근데 그 와중에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분들은 정말 많아서 많이 놀랐습니다. 매년 역대급 불황에, IMF 버금가는 경제 위기이고 실물경제는 얼어붙고 자영업자들은 도산중인데, 인천공항에서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는 만석이더라고요. (어찌 아냐고요? 지금 이 글은 태국 치앙마이에서 작성 중이랍니다.)
아무튼.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곱게 자란 탓에 운이 좋게도 경제 위기를 크게 체감하지는 못했었는데요, 이번에 여실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채용 문이 좁아진 것도 느끼고요. 연일 뉴스에서 전하는 해고 소식, 희망퇴직 소식을 보면 '이래서 백수에서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싶습니다. 미국이나 한국 너 나 할 것 없이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고, 이제는 그 좋아하는 기호식품 '커피'에도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하니, 말 다했죠.
"회사 내 구조조정 및 대규모 해고가 예고되면서 조직의 장기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실제로 지금 재직 중인 a회사의 경우 희망퇴직을 대리 급부터 받고 있는 상황이고요, 최근 5년 영업이익률이 하락세로 전환되어 이직시기를 엿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견디면서 오늘내일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제 전문성과 역량을 안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찾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000 역량과 0000은 앞으로 b회사에서 000을 하시는데 안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라....
대규모 해고와 구조조정은 HR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인지되는 경영상의 문제입니다. 지원자가 안정성을 위해 이직을 하는 것은 100% 이해될 수밖에요. 인사담당자도 이직을 생각할 때, 당연히 불안정한 환경을 피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조직으로 움직입니다.
다만, 온전히 '구조조정 (예고)' 때문에 퇴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구조조정 때문에 퇴사는 하지만, 내가 너희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 과거에 내가 이런 경험이 있는데 - 너희 회사가 하고 있는 사업, 혹은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내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통해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조조정이 예고된 상황이라면, 개인의 경력 발전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경력'을 위한 전략적으로 이직을 결정했다는 것을 이야기해야 하죠. 역시나 '구조조정으로 입을 열고 내가 너희를 위해 할 수 있는 점'을 더 강조하셔야 합니다.
계약 기간이 종료되고 새로운 직장을 찾는데 어떤 이유가 더 필요할까요?
여담이지만, 계약직의 경우 고용 안정성을 떠나서 현실적으로 경력개발이 쉽지 않습니다. 일부 못된 조직에서는 '어차피 떠날 사람', '잠깐 6개월~2년 정도 쓸 사람'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커리어 개발에 도움 될만한 일을 맡기지 않습니다. 모든 일은 소중합니다만, 소위 '허드렛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누구나 몇 시간만 배우면 할 수 있는 단순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혹은, 운 좋게 중요 프로젝트나 캠페인에 인볼브가 되어 경험할 기회를 얻더라도, 해당 프로젝트에서 계약직의 역할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면접에서 하는 질문 중, '프로젝트 성공/실패 경험을 말해봐라. 그 프로젝트에서 당신의 역할은 무엇이었고, 무엇을 실행해서 어떤 기여를 했고, 어떤 점을 배웠느냐'가 있죠. 아무리 나의 경험을 잘 포장한다고 해도, 혹은 실제로 정규직 계약직 상관없이 운 좋게 나의 아이디어에 어떤 프로젝트에 채택되어 (수치를 좋아하시니 수치로 따지자면) 50% 이상의 큰 역할을 했더라도. 안타깝게도 면접관 입장에서는 순진하게 "와우! 이 분이 정말 50%의 역할을 해내셨구나."하고 '계약직'이라는 색안경을 끼지 않고, 나 자신의 성과를 그대로 바라봐 줄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현실이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정말 편견 없고 가뭄에 콩 나듯이 지원자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보물 같은 인사담당자와 실무자들도 존재합니다. 적어도 저는 제가 면접관일 때, 계약직/정규직 여부에 상관없이 그 사람의 역량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예전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졌고. 경력 있는 신입(?...대체 이게 무슨 아이러니한 단어입니까)의 채용이 대세이다 보니, 계약직 경험이 있는 정규직 지원자도 '경험이 없는 것보단 낫다'라는 느낌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만, 정말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계약직을 여러 번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C-Level이라서 일부러 contract-based로 계약하고 advisory의 역할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리급 이하가 계약직으로만 여러 회사를 거쳐왔다면 물경력 의심 가능성이 높아지고 정규직 문을 뚫는 것이 더더욱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계약직으로 일단 들어가서 경력, 회사 경험을 만들어야 하는 주니어 분들이라면, 반드시 해당 계약직 경험에서 최대한 자기소개서, 경력기술서에 쓸 수 있는 프로젝트 경험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셔야 합니다. '계약직 = 물경력'이라는 인식이 되지 않도록, 자신이 참여하거나 서포트한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반드시 계약 종료 전 혼자서 정리해보는 과정이 필요하고요. 6개월~1년 동안 그냥 시간 날린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도록, 이력서에 쓸 경력이 전혀 없다면, 계약 종료 전 팀장님(혹은 담당자) 분께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지 슬쩍 어필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아울러, 6개월 계약직 인턴이었는데,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 6개월 더 연장 제안을 받았거나 혹은 내부채용으로 정규직 기회를 얻었다는 점도 면접에서 꼭 어필해 주세요.
저도 구직 중인데, 장기근속할 수 있는 좋은 자리를 찾아나서는 과정. 쉽지 않더라고요. 멘탈 관리 쉽지 않은데 우리 주니어 분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요.
2025년, 장기근속할 수 있는 정규직 + 좋은 사람들 + 유연한 조직문화를 가진 곳에서 커리어 개발을 통해 자아효능감도 얻고 1인분의 몫을 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시도하며 버텨봅시다. 우린, 잘될 운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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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카리나는..
10년 이상의 글로벌 PR 및 콘텐츠 마케팅 경력을 바탕으로, IT, 헬스케어, 유통산업 분야에서 리드 전환 성과를 창출해 왔습니다. 그동안의 커리어는 전문성 강화와 도전의 연속이었으며,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콘텐츠 마케팅 노하우와 언론홍보 역량을 한 조직에 장기적으로 기여하여, 브랜드 론칭부터 지속까지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open to 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