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로 배우는 삶의 철학-19.유방암회복은 마음회복

필라테스의 움직임이 삶을 되살리다.

by Karin an

1955년, 무용가 **이브 젠트리(Eve Gentry)**는 유방암으로 인해
당시 가장 광범위한 수술인 전(全) 유방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그 수술은 그녀의 대흉근 전체와 겨드랑이 림프절 다수를 제거하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수술이었습니다.
수술 후 젠트리 선생님은 팔을 들어올릴 수조차 없었고,
무용수로서의 삶은 끝난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다시 찾아간 곳은 스승 조셉 필라테스의 뉴욕 스튜디오였습니다.
그 시절, ‘운동으로 재활을 한다’는 개념은 거의 없었지만
조셉 필라테스는 믿고 있었습니다.


“몸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젠트리 선생님께 움직임을 멈추지 말라고 했습니다.
대신 아주 작게, 의식적으로 움직이게 했습니다.

그 시작은 호흡이었습니다.
깊은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흉곽이 확장되고, 산소가 줄어든 조직에 서서히 생기가 돌아왔습니다.

조셉은 그녀에게 **페디오풀(Pedi-o-Pull)**이라는 기구를 사용하게 하여
미세한 근육의 긴장과 신경의 연결을 되살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녀는 근육이 아닌 ‘움직임의 감각’을 회복하면서
조금씩 팔의 가동범위를 넓혀갔습니다.


그리고 1년 후,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릴 수 있을 만큼 회복하였고,
무대 위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 놀라운 회복은 의료계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조셉과 젠트리 선생님은 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상체를 드러낸 채 리포머 위에서 고난도 팔 동작을 촬영했습니다.
대흉근이 제거된 상태였지만 그녀의 팔은 완벽히 움직였고,
그 영상은 “불가능이 뒤집힌 회복의 증거”로 남게 되었습니다.


(관련영상: https://vimeo.com/323830406?fl=pl&fe=sh)


젠트리 워크 — 호르몬을 회복시키는 움직임


이 경험은 젠트리 선생님의 철학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녀는 이후 필라테스를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치유의 언어로 확장된 재활의 철학으로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개발한 Gentry Work 혹은 Pre-Pilates는
부상이나 질병으로 움직임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하는 회복의 길”이었습니다.

그 핵심에는 신경계와 호르몬의 조화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Imprinting(임프린팅): 척추를 천천히 바닥에 닿게 하며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긴장을 완화하고 심박을 안정시킵니다.


Mini-Moves(미니무브): 통증이 있거나 움직임이 제한된 사람도

미세한 동작을 통해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고,
엔돌핀과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기분을 안정시킵니다.


Breathing Therapy(호흡 치료): 흉곽 호흡을 통해 림프 순환을 돕고,

에스트로겐 저하로 인한 피로와 열감을 완화시킵니다.



젠트리 선생님에게 필라테스는 단순한 근육 훈련이 아니라
호르몬과 신경, 순환을 통합적으로 회복시키는 움직임의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움직임이 사라진 곳에는 생명도 머무르지 않는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라도, 그것은 다시 살아난다는 신호입니다.”



유방암 치료 이후 여성의 몸은
단순히 근육이 약화되는 것을 넘어
호르몬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특히 *에스트로겐 억제 치료(타목시펜, 아로마타제 억제제)*는
재발을 막는 데 효과적이지만, 동시에
갱년기와 유사한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합니다.
수면장애, 체중 증가, 우울감, 열감, 림프부종 등은
그 부작용의 일부입니다.


이 시기 필라테스는
몸의 신경계와 내분비계의 리듬을 다시 정돈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조절된 호흡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해 수면의 질을 높여줍니다.
또한 규칙적인 움직임은
에스트로겐 저하로 인한 골밀도 손실을 예방하고,
혈류를 개선하여 대사기능을 회복시킵니다.


2023년 국내 연구
「유방암 상지림프부종환자의 10주 간 기구필라테스 운동 효과」에 따르면,
10주간의 필라테스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상지 부종이 감소하고, 통증이 완화되었으며,
팔의 가동범위와 근력, 일상 기능이 유의하게 향상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필라테스의 호흡·근육 수축·신경 안정 작용이
호르몬과 림프 순환의 회복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몸이 리듬을 회복할 때, 마음도 함께 살아난다


이브 젠트리 선생님은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시대에
“몸의 지능”을 믿었습니다.
그녀의 회복은 단순한 근육의 회복이 아니라,
호르몬과 신경이 다시 호흡을 시작한 몸의 기적이었습니다.

오늘날 필라테스는
유방암 치료 이후의 여성들에게
근력 운동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호르몬의 리듬을 다시 세우는 회복의 철학,
그리고 몸이 다시 자신을 믿게 하는 ‘움직임의 기도’입니다.

움직임은 단순한 동작이 아닙니다.
그것은 몸의 언어로 말하는 회복이며,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첫 호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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