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 죽을 것 같이 싸우고, 미친 듯이 살아가라

청소년 우울증 사춘기 딸과 우울한 엄마의 성장통


2021.7.6.



왜 이 아이는 시험을 앞두면 디스코 팡팡을 타러 갈까?

뭔가 불안함을 잊기 위해서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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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앞둔 토요일.

아는 언니와 티팡 15번을 탔다고 한다.

1,2,3,4,5,6,7,8,9,10,11,12,13,14,15.


열다섯 번.


세상에 나열해도 많은 그 숫자를

빙빙 돌고

버티고

엉덩이로 내리치고.


주일 아침 그 아이는 꼼짝도 못 하고 누워있다가

질질 끌려 교회 예배를 다녀왔다.


좋은 성적을 바라는 건 아니었다.

자해 소동이 있고 나서 진작에 그 바램은 버렸다.

고등학교 가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냥 일상을 포기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

최소한의 해야 할 일들을 하기를 바랐다.


월요일.

생리가 터졌는데 약이 없단다.

분명 학교에 갔다가 다시 돌아올 분위기였다.

" 그냥 집에서 쉬고, 공부하자."


이미 전날 발 1차전을 한 상태였다.


"고등학교는 어떻게 할 거야?"

그냥 평범한 질문 이었다.


입을 꾹~~~다문 채

이런저런 말에

눈물만 뚝뚝 흘리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밤에 딸이 보내온 장문의 톡.


"나는 집중력이 떨어집니다."로 시작하는..

....

난 미래에 대한 생각이 없습니다.

내 삶에 대한 걱정은 한가득입니다.

공부도 한 번 놓쳤더니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

엄마가 날 한심하게 보거나,

가망이 없다고 포기할까 봐 무섭습니다.

우리 가족은 나만 없으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또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

난 이상한 사람 같아요.

너무 미안해요.

엄마 너무 사랑하는데

속상하게 하고 싶지 않은데..

내가 진짜 이런 사람이라 미안해요."




이 글을 보는데

어찌나 화가 나던지.

엄마를 사랑한다는데

미안하다는데 왜 화가 날까.


처음에는 무서웠다.

아이가 정말 잘못될까 봐.


다음에는 미안했다.

내가 뭔가를 잘못한 건가 싶어서.


이제 화가 난다.

자신의 인생을 저렇게 하찮게 생각하는 모습이.

자기 비하와 비관적인 이야기들.


생리통이라며

누워있는 딸을 깨웠다.


2차전 시작.


"둘 중에 하나만 해.

공부 안 하기로 했으면

성적 상관 말고 주변 반응에 뻔뻔해지던지.


잔소리 듣기 싫으면

최소한의 하는 시늉이라도 하던지.


엄마는 참다 참다 정말 엄마로써

최소한의 할 말만 하는 거라고.

어떻게 엄마가

딸이 잘못되는 걸 보면서

아무 말도 안 해.

엄마가 뭘 해줘야 해."


"엄마 해줄 거 없어. 그냥 내가 문제야.

나 같은 건 없어지면 좋겠어.

우리 가족 중에 나만 없으면 돼."


"그렇게 치면

엄마가 없어지면 되겠네.

엄마가 나갈게."


"내가 나갈까?"


"갈 데는 있어?"


"없어."


"그러면서 어딜 나간데?

왜 또 그러는 거야?

진짜 죽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그럼 엄마랑 같이 나가서 죽어.

엄마 아무리 힘들어도 죽고 싶다는 생각 해 본 적 없어.

그런데 네가 이러니까 엄마도 정말 죽고 싶어."


눈물이 왈칵.


딸도

눈물과 말문이 터졌다.


"악~~~~~~~~~~~~~~~

나도 모르겠어. 나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엉~~~~엉~~~

나도 노력하고 싶다고.

그냥 죽고 싶어. 그냥 슬퍼.

그런데 또 죽기 싫어.

내가 사라지면 좋겠어.

악~~~~~~~~"



그냥 둘 수 없었다.

부정적인 감정은 계속

자신을 끌어내린다.

한없이 가라앉아서 누군가 건져주지 않으면

끝을 모르고 한없이 내려가는 걸

안다.


자극을 하든

소리를 지르게 하든

울게 하든

속 시원하게

풀어내고

다시 감정이 올라오게 해야 했다.




큰소리에 놀란 막내가

엄마에게 온다.

둘째가 슬금슬금 끌고 나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들어왔다.


'아빠 무서워.'


'엄마랑 누나가 또 싸워?'


'응.

엄마도 누나도 울고 소리 질러.

누나가 저렇게 크게 우는 거 처음 봐.'


'막내는?'


'내가 데리고 있어.'


'응. 잘했다. 아빠가 갈게.'


둘째가 가장 먼 안방에서

막내를 데리고

문을 닫고

아빠에게 톡을 한 모양이다.



"너 계속 괜찮은척했던 거야?

좀 나아진 줄 알았는데."


"아니야. 괜찮았어.

그런데 엄마가 어제 고등학교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봐서."


"그래 그럼. 고등학교 가지 마.

안 가도 괜찮아.

엄마는 도와주고 싶은 거라고.

학교 공부 싫어서 안 하겠다고 하는 거 괜찮아.

그렇다고 마냥 너 놀고 싶은 거 놀라고 할 수는 없잖아.

너 마냥 노는 것도 못하잖아.

남들보다 또 잘하고 싶은 욕심도 엄청 많잖아.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잖아.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공부 찾아.

핸드폰, 노트북 없이 오늘 생각을 해봐.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못 찾겠으면 책에서 찾아봐."


실컷 울고 소리지리고

기운이 빠진건지

좀 잠잠해진

딸을 데리고

내 방으로 갔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

머릿속에 자기 혼자 뱅글뱅글 도는 생각들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섞여 풀어지기를 바랐다.


여러 책을 골랐다.

그중에서 읽은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10607540.jpg?type=w150&udate=20190110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임세원

책 100페이지를 휘리릭 읽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잠든 아이를 뒤로

'오늘도 살고 싶은 마음을 주세요.' 짧게 기도한다.


전쟁.

죽을 것 같이 싸우지만 죽지 않는 전쟁.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죽고 싶은 만큼 힘들 뿐.




내맘에도

엉킨 응어리를 풀어내느라

사무실 바닥만 반짝반짝 윤이 났다.

닦아도 닦아도 아프다.


저녁시간.


"엄마~~~!!


나 주문한 옷 왔어.

이것 봐. 예쁘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같이 미치지 않고서는

그 오락가락을 버틸 수가 없다.


"응. 너무 예쁘네. 너무 잘 어울린다."


"책 읽으면서 무슨 생각 들었어?"


"응. 저 선생님도 힘들었구나."


엄마. 나 오늘 옷 정리할 거야."


"진짜?"


큰 종이 백을 줬다.

" 일단 여기다 버릴 거 다 담아.

최근 1년 동안 안 입은 것 다 버려."


"오케이~~~!!"


신이 나서 방으로 들어간다.


가방 한가득 들고 나왔다.


그리고 룰루랄라~~~

음악을 신나게 틀어놓고 옷장을 정리한다.


"엄마. 나 옷 정리 다했는데 볼래?"


"그래"


"짠~~~


이건 요즘 옷. 이건 겨울 옷"


옷장을 당당하게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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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네가 정말 다했어?


정말 잘했네."


엉덩이를 토닥토닥.

엄마 등을 토닥토닥.


그렇게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을

두드려주었다.


깔깔 웃는 소리에

남편이 나왔다.

조용히 묻는다.


"아침에는 죽을 것 같이 싸우더니,

지금은 웃고.. 나는 못하겠다."


"응. 그냥 같이 미치면 돼."


청소년 우울증.

사춘기의 대혼란과 우울증까지 겹치면

디스코 팡팡처럼

돌고, 뛰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때는 그냥 같이 휘몰아치는 방법 외에는 없다.


우울이 깊어질 때는

손잡고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자칫하면 얼음이 깨지고,

물속으로 같이 빨려 들어간다.



단단히 붙잡고,

부드럽지만 강하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당겨야 한다.


무엇이 맞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나의 상처들

너의 상처들


그렇게 한짐 비워낸 것으로

다시 살아갈 힘을 내보자.



치유하는 글쓰기.

이렇게 글로 비워내고 나면

새로운 에너지를 채울 공간이 생깁니다.

내 안에 묵은 감정들이 나를 괴롭히지 않도록

글로 쏟아내는 글쓰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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