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딸에게 주는 그런 의미-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인연이 와.
2022.01.11. 마음 쓰기
오늘은 마음 쓰기라고 해야겠다.
마음이 아팠다. 아픈 마음을 글로 쓰다 보니 위로가 되었다.
술술 글쓰기 방에 사진과 글들이 올라왔다.
그 소소한 대화와 공유가 안심을 준다. 오늘도 그렇게 같이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어제 열일곱 살 된 딸이 펑펑 울었다. 후회의 눈물이었다. 자신은 왜 이기적이며 배려심이 없어서 사람들에게 그렇게 큰 상처를 준 것이냐며 펑펑 울었다. 처음이었다. 늘 자신감 충만했던 딸. 막 열입곱이 된 자뻑 여왕은 싸우거나 사이가 틀어지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자신을 변호하고 상대방의 잘못을 나열했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그렇게 상처받는 말을 듣고도 자신의 잘못을 뼈저리게 후회하는 모습에 놀랐다. 너무 좋아했던 사람들인데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단다. 온라인에서 친하게 지내던 그룹의 언니들이었다. 매일 통화하고, 딸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고, 힘들 때 친구가 되어주었던 언니들. 숨을 곳이 필요했을 때 기꺼이 문을 열어주었고 딸은 힘든 시기를 그 언니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안식했다. 옆에서 볼 때는 위태로워 보였지만 매일 들려주는 그 그룹의 이야기에 점차 나도 정을 주고 닉네임도 자연스럽게 부르는 딸의 친한 친구들이 되었다.
딸이 물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다시는 그러지 않을 텐데. 이제 다 끝났어. 가슴이 답답해. 숨을 배에서 입으로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목에서 들락날락하는 것 같아. 어떻게 해. 엄마. 나 죽을 거 같아. 엄마도 그런 적 있어? "
"나도 그런 적 있지. 친구에게 사람을 소개했는데 사이가 틀어져서 친구도 잃고 돈도 잃었지. 내가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 소개 안 하기로 마음먹었어. 큰 깨달음을 얻었지만 대가가 너무 컸어. 지금도 아파." 딸의 질문에 그 사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걸 보니 5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나도 아팠다.
열일곱에 처음으로 자신의 실수로 사람을 잃고 아파하는 딸이 말했다.
"엄마 나도 그래. 사람의 인연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끊어지기도 하겠지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안 좋은 기억만 남기고 상처를 주고 끝날 줄은 몰랐어.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배우는 게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언니들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어떻게. 엄마. 어떻게." 딸은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울음이 잠잠해지자 나는 말했다. " 좀 자. 그러면 잊어."
딸은 "엄마 오늘 싱어게인 하는 날이다. 30분 남았네." 그런다.
좋아하는 라면 끓여먹고 같이 보자 했다.
월요일 9시. 싱어게인 2를 하는 시간. 오늘이 월요일인 게 얼마나 감사하던지.
딸은 싱어게인을 1회부터 좋아했다. 이승윤의 광팬으로 힘들었던 시절 승윤이 오빠의 노래, 말들이 열여섯 아린 마음을 지켜주었다. 참 고마운 사람. 싱어게인 2에는 딸이 "우리 언니"라고 부르는 언니가 있다. 바로 64호 언니. 중반쯤에 64호 언니가 나왔다. 엄마의 언니 '이선희 언니'의 노래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노래를 부른단다.
" 엄마! 우리 언니 노래 너무 잘한다. 진짜 진짜 잘한다. 와~찢었다. 정말 정말 짱짱~~~~" 기분이 좀 나아진 걸까. 좋아하는 노래를 듣다가도 폰을 힐끗힐끗 보는 아이가 짠했다. 세상의 전부인 것 같은 사람을 갑자기 잃었을 때의 상실감을 처음 겪은 그 마음이 얼마나 허전할까.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인연이 와. 그때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되는 거야. "
말은 했지만, 오해와 실수로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일은 참 아프다.
"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 나온다." 딸이 외쳤다.
37호 가수. 은회색 머리에 뿔테 안경. 김범수를 닮은 노래 잘하는 하관까지.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부른단다. 고음이 올라갈 때마다 둘이 끌어안고 깍지를 꽉 끼고 위아래로 흔들며 "어떻게"를 연발했다. 그러다 마지막에 우뚝 서서 두 손으로 마이크를 꽉 잡고 반주 없이 말하듯 부르는 노래.
"후회 없이 꿈을 꿨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가슴에서 묵직한 것이 좁은 구멍을 뚫고 나오는 것 같았다. 가사가 딸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지금은 다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지나고 보면 그 안에 의미가 있었다 노래하기를. 새로운 꿈을 꾸고 후회 없이 사랑하기를.
딸은 싱어게인 끝나고 가슴이 답답하다며 밤 산책을 다녀왔다. 새벽시간 문밖으로 들려와야 할 언니, 친구들과의 수다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아이인데 울며 잠들지는 않았을까' 싶어 마음이 시리다.
오늘 아침 톡을 보냈다. 노래 가사와 함께.
다행히 침대에서 쿨쿨 자고 있는 딸에게.
" 딸. 사랑해. 아무 걱정마.
후회없이 열정을 다 했으니까
조금만 아파하고,
다시 새로운 꿈을 꾸자.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그대 아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후회 없이 꿈을 꿨다 말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꿨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https://www.youtube.com/watch?v=ni4RTe6Z8oY
오늘은 하루 종일 들리겠다. <걱정 말아요,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