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처음으로 고양에 있는 이케아에 갔다. 전시실과 각종 생활물품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데 처음인 내게 그 공간은 너무 넓었다. 미로같은 공간을 지나 마지막으로 들어선 초대형 창고를 보는데 숨이 막혔다. 4층은 되어 보이는 높이에 책상, 서랍장들이 매달려 있고, 내 키보다 훨씬 커 보이는 박스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이 넓은 곳에서 내가 원하는 그 하나를 찾아 헤매야 한다니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왔다. 우여곡절 끝에 물건을 찾아 계산까지 마쳤다. 에너지가 0이 된 느낌이었다.
그때 핫도그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비스트로 스낵바. 핫도그, 탄산음료, 아이스크림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상승하는 기분이었다. 탄산음료를 들이켜고, 육즙 가득한 소시지에 케첩과 머스터드 소스를 내 맘대로 뿌리고, 바삭한 어니언 칩까지 올린 핫도그를 한입 베어 무니 쇼핑의 피로가 희열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바로 옆에는 "이 맛있는 음식을 집에서도 똑같이 만들어 먹을 수 있어요."라고 유혹하는 푸드코트 재료 마켓이 있었다. 홀린 듯 들어가 핫도그 재료를 구매했다. 집으로 돌아와 구매한 물건들은 구석에 몰아 놓고 배고프다는 아이들을 위해 핫도그를 만들기 시작했다. 막 구운 핫도그 빵에 소시지, 소스를 뿌려주니 앉은자리에서 3개를 먹어 치웠다. 모두가 만족한 핫도그. 지금도 이케아를 생각하면 아찔한 대형 창고, 그리고 핫도그가 떠오른다. 나는 아마도 핫도그 재료가 떨어질 때 쯤 이케이가 다시 갈 것이다.
피크 엔드 법칙 (The Peak End Rule)이란 용어가 있다. 특정 대상의 경험을 평가할 때 그 대상에 관한 누적된 경험의 총합보다는, 그것에 관한 기억(혹은 경험)이 가장 절정에 이르렀을 때와 가장 마지막 경험의 평균값으로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이 말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기억할 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가장 최고의 경험과 마지막의 경험만을 기억한다는 뜻이다.
이케아에서 피크는 대형 창고, 엔드는 핫도그다. 코스트코에도 대표 핫도그가 있다고 하니 이 마케팅은 내게만 통하는 건 아니었나 보다. 전혀 정보가 없이 갔는데도 가장 강하게 각인이 된 걸 보면. 사람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세팅한 전문가의 마케팅에 무방비로 기분 좋게 넘어간 셈이다. 멋진 가구를 보여주고, 재료들을 늘어놓은 창고에서 "당신이 직접 조립해서 쓸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과 핫도그 완성품을 맛보게 하고 "당신이 직접 조립해서 먹을 수 있어요." 하는 것은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만의 취향으로 소유하는 아이템. 이 맛에 사람들은 이케아를 계속 찾게 되겠구나. 일관된 브랜딩 전략에 마지막 핫도그로 식욕 만족감이라는 마침표를 찍는 엔딩에 감탄했다.
퍼스널 브랜딩도 마찬가지이다. 브랜딩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강력한 하이라이트를 만드는 것만큼 마지막에 매듭을 잘 짓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에 좋은 기억이 남으면, 다음에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전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해준다. 진행자도 좋은 마무리가 주는 성취감으로 새롭게 시작 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래서 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마무리 활동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자기성장보고회 연말 파티
<자기 성장 계획서 함께 쓰기>는 월 말에 <자기 성장 보고서>를 써서 한 달의 마침표를 찍는다. 그리고 연말에 자기성장보고회 파티를 열었다. 나의 일관된 메시지는 <선물 같은 사랑, 카리스러브의 선물 같은 하루> 였기 때문에 정말 선물 같은 하루를 선물하고 싶었다. 더 감동적인 선물은 없을까 고민하고 고민했다. 온라인이지만 크리스마스 장식도 하고, 행운권 추첨도 만들어 선물도 푸짐하게 준비하고, 평소에 써보지 않던 빨간색 루돌프 머리띠도 썼다. 메신저들이 들려주는 일상의 감동적인 성장 보고는 '모두의 삶은 가치롭고 삶은 아름다운 선물'이라는 메시지를 가득 전해 주었다. 서로를 격려하고 '한 해를 잘 살았구나' 셀프 칭찬하며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 자기 성장 보고회 이후 여자 산타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낭독회 그리고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존중과 배려
글쓰기 스터디는 3주 동안 진행한다. 시간을 내어 프로젝트에 참여해준 사람들이 참 소중하고 감사했다. 참여해준 분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프로젝트 후에도 든든한 글쓰기 공동체로 서로를 응원하는 끈끈한 모임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스터디 마지막 날 줌으로 모여 인사도 나누고, 낭독회도 하자고 했다. 내가 쓴 글을 자신의 목소리로 들으며 느끼는 새로운 감정들,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집중해서 들어주는 경험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되고, 계속 쓸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지금도 낭독회에서 울고 웃었던 시간을 생각하면 가슴에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끝이라고 생각할 때 한 번 더 존중하고 배려하기
사람들이 내게 감동했다고 말해주는 순간은 큰 깨달음이나 성과를 냈을 때가 아니었다. 한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느낄 때였다. 시작은 모두가 파이팅이 넘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참여가 어려워지는 사람도 있고, 자연스럽게 빠지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글쓰기 스터디 마지막 낭독회가 있던 날 한 명은 가정보육으로 중반 이후 글쓰기를 멈추어 불참했고, 한 명은 아이가 깨서 아쉽게 먼저 나가야 했다. 후기를 써야 하는데 2명의 사진이 없는 게 너무 아쉬웠다. 3주간의 좋은 기억을 모두 함께 하고 싶었다. 줌에서 먼저 나가신 분은 녹화본을 돌려 가장 예쁘게 나온 사진을 캡처해서 넣었다. 중간에 멈추고 못 오신 분은 개인 톡으로 안부를 물었다. 그분은 글은 멈추었지만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노트를 장만했다며 사진을 보내주셨다. 그 사진은 육아로 나를 잃은 엄마의 유일한 나만의 공간처럼 느껴져 함께한 모두가 공감하고 격려했다. 마지막에 연락해 보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사진이었다. 그렇게 모두를 담아 후기 메인 사진을 완성했고, <배려와 존중의 카샘>이라는 말도 들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든든한 지지자로 남아있다.
한 번 더 나를 돌아보았다. 시작은 책이 출간되기 전 내 이름을 알리려는 노력이었다. 그런데 나를 알리자니 나 조차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더라. 나를 관찰하고 기록하기 시작했고 진짜 내가 원하는 것, 나라는 사람의 가치, 정말로 추구하는 것,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봐줄 때 내가 행복한지를 알 게 되었다. 결국 나에게 브랜딩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지금도 전문 마케터들이 오랜 전략 끝에 선보이는 대형 브랜드가 쏟아지고 있다.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 브랜딩 정보량은 수치를 들이밀지 않더라도 오늘 하루 접한 브랜드만 떠올려봐도 알 수 있다. 이 속에서 나라는 아주 평범한 브랜드가 많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겉모습을 화려하게 꾸미는 일은 잠깐은 주목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를 매혹하는 아름다운 물건과 사람은 너무도 많다.
퍼스널 브랜딩은 사람과 사람이 관계하는 일이다. 1:1의 관계가 1:다수가 되고, 1:집단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퍼스널 브랜딩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시간을 갖고 진실된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단 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이게 끝인가"라고 생각할 때 한 끗 차이의 마지막 세심한 배려로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 감동은 진하게 남아서 지속적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관계로 기억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다. 나에게는 더디 가더라도 이런 세심한 배려가 편하고 자연스러웠다. 미친 듯이 달려도 보고, 욕심껏 움직여도 봤지만 조급함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결국 가장 나답게, 가장 자연스럽게 내 맘대로 하다 보니 좋은 사람이 모이고, 브랜딩이 되고 있다.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당신이라는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퍼스널 브랜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