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래 (인문학자,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저자)
인문학자
출간 도서
<위반하는 글쓰기>,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책의 정신 >,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외 다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드라마 제작 중
자녀의 이야기가 자녀에게 폭력이 되지 않도록 함께 써가는 방법을 배웠고,
술술 읽히는 글이 되려면 글을 얼마나 고치고 고쳐야 하는지 그 수고를 배웠다.
"글쓰기를 즐기면 좋겠습니다."
그 말에 책을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출간 일정이 당겨지면서 2주가 채 남지 않은 상황에 추천사를 부탁드렸다. 적어도 3주는 시간을 줘야 한다는 말씀에도 떼를 부렸다. 책의 전문을 보내드리고, 약속한 10일이 되기 전날 전화가 왔다.
"처음으로 책을 쓴 초보 작가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글이 좋네요.
제가 글쓰기에서 가르쳐줬던 내용을 잘 지켰어요.
정말 쓰기 힘들었을 텐데 용기 있게 썼어요. 눈물이 나고 감동적입니다.
많은 분들이 읽으면 좋겠어요."
다음날 새벽 4시.
작가님은 진심을 담아 다음과 같이 추천사를 써서 보내 주셨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만 나올 수 있는 추천사였다.
다음은 추천사 전문이다.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방법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소름이 돋았다.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다. 처음으로 책을 쓴 초보 작가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글이 좋기도 했다.
이 책을 쓴 한 사람인 엄마 이유미 씨는 나에게 글쓰기를 배운 적이 있다. 수업할 때 이 책의 실마리가 될 내용을 조금 보았다. 내 첫마디는 이랬다. “따님에 대한 글이라면 혼자 쓰지 마셔요. 따님의 진심을 담은 글과 함께하지 않으면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절대로 진실에 다가갈 수 없을 겁니다.”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책으로 쓰이기 어려우리라 짐작했다. 그런 노파심은 책 앞부분을 읽을 때까지 가시지 않았다. 엄마와 딸이 겪은 갈등을 읽어가노라니 가슴이 저밀 정도로 아팠다. 그 아픔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감동으로 변했다. 더없이 솔직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의 용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엄마와 딸이 껴안고 울며 화해할 때 나도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본격적인 내용은 거기서 시작된다. 딸인 이하연의 글에서 ‘청소년 문제’의 진실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그 내용을 새기다 보니 오롯한 한 인격체의 깊은 통찰력까지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 해도 모두가 존중받아야 할 한 인격체이다. 부모들은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순전히 자기만의 라떼를 기준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면서 그것을 아이들에게 강요한다. 문제는 대개 거기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는 사실을 잘 깨닫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청소년 문제로 고통스러워하는 가족이 많은 것 아닐까. 그러나 그 문제는 당연한 듯 휘두르는 어른의 권력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보면 청소년 문제는 청소년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의 문제인지 모른다.
누구나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른이라고 해서 완벽한 것도 아니다. 모두들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면서도 자기 자녀와의 관계에서는 생각과 태도가 돌변한다.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그 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는지 너무나 잘 보여준다. 설사 상황이 조금 다를지라도 한 편의 장편소설 같은 풍부한 에피소드를 통해 거의 대부분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하연의 팬이 되었다. 이 책을 읽는 어른들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다. 만일 이하연 또래의 청소년이라면 엄마인 이유미의 팬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부모님께 이 책을 선물하자. 가족이 다 함께 읽은 다음 의견을 나눌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강창래(인문학자,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