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관망하며 판단하라. 지켜보며 성장한다.
사랑하는 주원아 주하야,
처서가 지나니 이제 제법 새벽바람이 선선하다. 더위가 가시고 나면 자전거 타고 등하교 하는 주원이가 시원하게 오가겠다는 생각에 벌써 가을이 반갑구나.
어제는 학교에 손님이 많이 오셨단다. 도의회 위원장님이 오셨고 교육지원청의 관계자분들이 오셨고 학교 인근 아파트 입주자 모임의 학부모 대표도 몇 분 오셨지. 교장선생님께서는 셀프 김밥 데이 이벤트를 준비하셨고 아침부터 퇴근 시간까지 종일 김밥 데이를 진행하느라 모든 교직원들이 바빴단다. 음식 솜씨를 발휘해 김밥 재료를 손수 준비하시는 청소 여사님과, 바쁜 일 미뤄두고 무거운 짐 옮겨주시는 주무관님, 이것저것 챙길 것이 없나 지켜보며 손을 보태주시는 행정 실장님부터 교무 행정원님까지. 나도 손을 보탰단다.
행사를 준비하며 느낀 것이 있지. 엄마가 많이 성장했다는 것. 그야말로 정신없고 분주한데도 돌아가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사람들을 지켜보며 관망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
정치에는 관심이 없단다. 그런데 도의회 위원장님을 보며 느꼈지. 깔끔하게 차려입은 겉옷을 벗어두고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비닐장갑을 끼고 김밥을 싸는 소탈한 모습에서 열린 자세가 어떤 것인지를 느꼈단다. 누구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이고 직접 뛰는 교장 선생님을 보며 열정은 나이와는 상관없음을 느꼈단다. 원하는 것이 있고 목표로 하는 것이 있다면 시간을 기꺼이 내어 참여하는 학부모님들의, 자녀에 대한 사랑과 교육에 대한 관심도 느꼈지. 그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사람은 자신의 지위와 역할에 맞는 무게를 지녀야 한다는 것도.
오늘 아침 새벽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평소 좋아하는 작가님께서 다산 정약용의 인생 조언 10가지에 대해 알려 주셨단다. 정약용 선생님은 어떤 자세로 인생을 살았을까 궁금해서 찾아보았지.
<다산 정약용의 인생 조언 10가지>
1. 절제하라. 소식만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2. 겸손하라. 자랑 끝에 패가망신한다.
3. 기록하라. 기억은 흐려지고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4. 독서하라. 세상 모든 일은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지만 책만큼은 나를 도와준다.
5. 배려하라. 남을 위하는 일이 곧 나를 위하는 일이다.
6. 부지런해야 한다. 근면하면 부족함이 없고 검소하면 넉넉해진다.
7. 정직하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8.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마음이 흔들리면 활 그림자도 뱀으로 보이고 벼루 위의 물도 술로 보인다.
9. 정의로워라.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내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
10. 공정하라. 사사로움 없이 공평하게 대하라.
살면서 지켜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니? 도덕적 규범, 규칙과 법. 그런 것들 말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직위와 역할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하고 변화해야 할 것들도 많지. 그 수많은 것을 다 지킬 수는 없지만, 정약용 선생의 인생 조언 10가지만 잊지 않고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걸 다 지킨다고 정약용 선생같이 살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있는 위치에서 내 역할을 다하며, 남들의 칭찬뿐 아니라 내가 나에게 인정해 줄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 엄마는 ‘배려하라.’는 조언을 챙겨볼까 한다.
좋은 하루 보내고 오렴.
2025. 8. 28.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