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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편지 #17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라

by 강혜진

사랑하는 주원아, 주하야!

어제는 마음 학교 가을학기 개강하는 날이었단다.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이 참 반가웠고 여전히 편안했단다. 똑같은 걸 3년, 6학기 째 공부하고 있는데도 마음에 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는 게 많아. 분명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이 어딘지 부족하고, 날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곤 한단다.

아들과 딸에게는 마음을 사용하는 방법(용심법)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한 것 같아. 용심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용심법의 가장 기본에 대해서 오늘 알려주마. 이것만 잘 알아도 너희들은 각자 마음의 주인이 될 수 있단다.

심지(心地)는 원래 요란함/어리석음/그름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어리석음/ 그름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정(고요함)/혜(지혜로움)/계(옳고 그름을 지키는 힘)를 세우자.


우리 마음은 원래 아무것도 없는 상태란다. 그런데 어떤 상황을 맞닥뜨리면 다양한 감정이 일어나게 되지. 갑자기 엄마가 용돈을 주는 상황에는 기분이 좋아지겠지? 아무것도 없는 마음에 기쁨이 일어나게 한 일, 엄마가 용돈을 준 일을 바로 경계라고 한다. 여기까진 무리 없이 이해가 되었겠지?

요란함은 마음이 시끄럽고 들떠 있는 상태야. 화, 불안, 질투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기쁨, 흥분, 사랑, 뿌듯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도 포함돼. 만약 이런 요란한 마음이 과해서 화를 주체할 수 없거나,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거나, 기쁨이 과해 마음이 붕 뜨거나, 사랑에 빠져 들뜨거나, 칭찬에 우쭐하고 성공에 취해버렸을 때, 이 요란함을 얼른 알아차리고 자성의 정을 세워 고요하게 되돌리지 못하면 그야말로 감정에 이끌려가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상태를 어리석어진 상태라고 해. 이 어리석음을 알아차리고 자성의 혜를 세워 다시 지혜로운 상태로 되돌리지 못하면 나도 모르게 말과 행동으로 생각을 표현까지 할 때가 생기는데 그럴 때를 글러진 상태라고 한단다. 자기 마음을 못 알아차리고 마음에 휘둘리게 되면 후회하거나 책임질 일이 생겨나겠지? 내 마음이 요란해지고 어리석어지고 글러질 때까지 이끌려가지 말고 순간순간 순발력 있게 정/혜/계를 세워나가는 힘을 키워야 해.

엄마는 사실 어제야 정/혜/계를 세우는 법을 제대로 알게 되었단다. 아주 간단해. 내 마음이 요란해졌다는 걸 알아차리고 ‘아! 내가 지금 기분이 좋구나/짜증이 나구나/들떴구나/행복하구나!’ 그대로 마음을 그대로 수용해 주는 것만으로도 원래 아무것도 없고 고요하던 마음의 상태로 금방 되돌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구나.

엄마가 겪은 일을 한 번 이야기해 볼까? 엄마는 수업할 때 학생들이 엄마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떠들고 예의 없게 행동할 때마다 화가 나고(요란함) 나를 무시하나 생각하고(어리석음) 계속 떠들면 화를 내거나 부모님께 알리겠다고 협박(그름) 한 적도 있거든. 그런데, 아이들이 떠들고 내 말을 듣지 않아 화가 나는 경계의 순간을 만나면 잠시 멈춰 심호흡을 하면서 ‘아! 나는 내 지시를 듣지 않고 떠드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화가 나고, 무시당하는 느낌이 드는구나.’하고 내 마음을 그대로 수용하니까 금세 다시 편안해지는 걸 몇 번 경험했단다. 그리고 그 뒤에는 마음을 탁 먹었지. 내 마음을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기로 말이야. “수업 시간에 너희들이 떠드니까 선생님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제 그만 떠들고 좀 집중해 줘.” 어리석어져서 글러져서 하는 말과,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하는 말이 다르다는 걸 아이들도 느꼈을까? 예전보다 훨씬 학생들 지도하는 것이 편안해졌단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떠들든, 떠들지 않든 성가시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지. 나에게 이런 여유가 생기니까 수업 분위기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


마음을 잘 사용할 줄 알면 원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던 마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생겨.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닷가처럼 마음 상태가 요란하게 출렁이는 날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내가 다시 고요해지기를 마음먹으면 금세 다시 고요했던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단다. 이 짧은 편지에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너희들도 마음을 잘 활용하는 재미를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요란함이 생길 때, 어떤 것이 경계인지 한 번 챙겨보는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학교 잘 다녀오거라.

2025. 9. 4.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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