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과 긴장에서 벗어나려면 나를 검열하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사랑하는 주원아, 주하야!
요즘 엄마는 체육 수업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된단다. 엄마는 몸치인데 아이들에게 표현활동을 가르쳐야 하거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더구나. 히딩크 감독이 박지성, 안정환보다 축구를 더 잘해서 그들을 잘 이끌었던 것이 아니라고 말이야.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르지만 잘하는 걸 가르칠 때 더 잘 가르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엄마에겐 있단다. 댄스까지 잘하고 싶은 내가 욕심쟁이인 걸까? 어쨌든 그런 연유로 요즘 수업 준비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쓴단다.
오늘은 6학년 수업을 준비하는데 6학년에서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운 실용 무용을 다루거든. 요즘은 수업 시간에 따라 하기 좋은 영상이 유튜브에 많이 있으니까 그중 하나를 고르는데, 어떤 가수의 어떤 댄스곡을 하면 좋을까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다가 BTS의 <Permission to Dance>라는 곡을 골랐단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는 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노래지.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수업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란다. 그래서 이 곡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엄마가 어렸을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이 주인공이 된 것처럼 실감 나게 극본을 읽고 연극을 하는 거였어. 좀처럼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싫어했던 엄마는 그래도 글 쓰고 말하는 데에는 제법 자신이 있는 편이었거든. 그런데 남들 앞에서 몸짓을 하는 건 너무 긴장되고 어색해서 마치 고장 난 로봇같이 행동할 때가 많았어. 심장이 뛰고 목부터 달아오른 열기가 볼을 지나 귀까지 빨갛게 물들이면, 마치 추운 날 밖에 오랫동안 서 있었던 사람처럼 얼굴의 근육이 언 듯 움직이지 않았어.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 만큼 더 떨리고 실수도 많았지. 말도 버벅거리고 말이야. 체육 시간에 춤을 추는 것도, 춤추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그만큼 중압감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위축되고 주눅 들면 그땐 정말 자유롭게 표현하기 어려워지잖아.
체육 시간에 표현활동을 하려고 계획했더니 춤을 멋지게 구성하고 훌륭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댄스곡으로 BTS의 <Permission to Dance>라는 곡을 선정했어. 엄마가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긴 곡이거든.
우리가 위축되고 주눅 드는 이유는 뭘까? 바로 타인을 의식하는 데서 비롯되는 거란다. 혼자 자유롭게 있는 공간에서 주눅 들고 위축되는 경우는 잘 없잖아. 다른 사람으로부터 핀잔과 야단, 비난과 간섭을 받은 경험이 많을수록 말과 행동에 브레이크가 거릴 때가 많아. 다른 사람의 싸늘한 시선과 눈빛, 몸짓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주변의 반응을 살피고 눈치를 보는 태도, 이런 건 모두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기인한단다. 그런데 그중 가장 우리를 위축되게 하는 건 바로 내가 나를 판단하려는 싸늘한 태도가 아닐까? 내가 나를 향해 보내는 마음속 핀잔과 비난, 자기 검열. 이런 마음의 벽을 먼저 허무는 것에서부터 자유가 비롯될 거라고 생각했단다.
오늘 수업을 준비해 놓고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내가 먼저, 몸치이지만 정말 정말 신나게 흔들어봐야지. 이래도 된다고, 잘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체육 시간이 기다려지도록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그 첫 시간, 기초를 탄탄히 준비해야겠어.
혹시 너희들도 위축되고 주눅 드는 순간이 생긴다면, 그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하루하루가 쌓여 완성되는 인생. 바짝 힘주고 좋은 것으로만 채워 가려다가 오히려 즐거움을 잃을지도 모르잖아. 지나고 보니 인생 별 것 아니더라. 실수해도 괜찮고 어색하고 미숙해도 충분해. 즐기면서 하는 것. 오늘은 그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챙겨보길 바란다.
오늘도 파이팅!
2025. 9. 3.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