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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편지 #18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천문학적인 시간의 가치.1분당 940원+@! 아껴 써야 하지 않겠니?

by 강혜진

사랑하는 주원아, 주하야!

화요일, 목요일은 같이 운동하는 날인데 어제는 엄마 혼자 운동을 다녀왔지. 주원이는 중간고사 시험 기간이라고 공부해야 한다고 했고, 주하는 손목, 발목이 계속 아파서 무리해서 운동하는 것이 어렵겠다 했고.

혼자 운동하러 가는 길에 속상한 마음이 들더라. 테니스 레슨비는 꼬박꼬박 내는데 너희들이 운동에 빠지는 날이 점점 늘어나니까 레슨을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 한 달에 8회, 20분에 레슨비는 15만 원. 다른 곳보다 레슨비가 싼 편이지만 계산해 보면 우리가 내는 레슨비는 1분에 940원꼴이란다.

940원으로 누군가의 1분을 사는 것이 비싸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저렴하다고 해야 할까. 테니스 레슨 시간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 코치님의 1분을 사는 데 드는 비용이 940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참 저렴하다 싶다가도 그래도 적지 않은 돈, 레슨 가서 대충 뛰고 설렁설렁 운동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너희들은 운동하지 않고 집에서 있는 그 시간이 무엇을 했나 생각해 봐. 휴대폰 영상을 보고 뒹굴며 값진 시간을 허비한 것은 아닌지 말이야. 너희의 1분이 고작 940원의 가치에 그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 특히나 어제 레슨 가지 않고 흘려보낸 시간은 더 비싸게 흘러갔다는 걸 알아야 해. 이미 레슨비로 지불한 값까지 그 1분 1초에 더해서 계산해야 하니까.

그럼 더 열심히 시험공부를 해야 하고, 더 알뜰히 시간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너희 둘을 보면서 엄마는 속으로 실망이 나왔단다.

그런데, 참 웃기지? 사실 엄마도 그렇게 시간을 알뜰살뜰 잘 챙기는 사람은 아니란다. 멍 때릴 때도 있고 느긋하게 늘어져 있을 때도 있지. 의미 없는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거나 해야 할 일을 쌓아놓고 딴생각하느라 결과가 없는 날도 있단다. 시간의 개념과 소중함에 대해 몰랐을 때는 더 그랬고 말이지.

시간을 사는 데 돈을 지불해 놓고도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본래도 값비싼 시간을, 내가 낸 비용까지 얹어서 낭비해 버리는 것과 같단다. 헬스장에 4개월을 등록해 놓고 고작 손에 꼽을 정도로 다녀오곤 이제 아예 헬스는 안중에도 없는 주원이와, 손목, 발목이 아파서 운동은 할 수 없겠지만,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지 않은 주하를 생각하면서 엄마는 조금 욕심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이랑 노래방에 가 본 적 있지? 비용을 지불하고 노래방에 가면 1분, 1초 주어진 시간이 줄어들수록 간주도 건너뛰고, 노래도 1절만 부르면서 그 시간을 가득 채워 노래하려고 노력하잖아. 물론 매일, 매시간 여유도, 빈틈도 없이 시간을 촘촘히 채워 살아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비용을 지불한 시간이라면 나태하지 않게, 후회되지 않게 알차게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란다.

엄마가 시간에 대해 이렇게 긴 잔소리를 쓴 이유는 단순해. 너희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야. 시간이란 건 돈으로 따질 수 없이 값진 것이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단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은 더 큰걸 얻고, 어떤 사람은 그냥 흘려보내고 마는 거야. 테니스 레슨처럼 돈까지 내고 시간을 샀는데도 허투루 쓰면, 그건 두 배로 손해 보는 거라는 걸 꼭 알아줬으면 해. 그래서 엄마는 너희가 지금 가진 시간을 그냥 보내지 말고, 조금 더 부지런하게, 조금 더 알뜰하게 채워가길 바라는 거야. 물론 늘 완벽할 순 없지. 하지만 적어도 나중에 돌아봤을 때 ‘괜히 허비했네’ 하고 후회하지 않게, ‘그때 내가 참 열심히 했구나’ 하고 스스로 뿌듯할 수 있도록 지금의 시간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2025. 9. 5.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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