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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 일기

미인정 조퇴는 용납 못 해

미인정 조퇴는 정말로 나쁜 것인가?

by 강혜진

점심 먹고 왔는데 아들이 전화를 했다.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다가 안경이 부러졌고 입술도 조금 다쳤는데 부러진 안경을 쓰고 있으니 어지러워서 조퇴를 하겠단다. 지난번에 축구하다가 안경이 부러지고 얼굴에 상처가 크게 나서 2년째 레이저 치료를 하고 있던 아들이다. 다쳤다 하니 조퇴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데 갑자기 주원이 전화를 담임 선생님이 바꿔 받으신다.

“어머니, 제가 안경 테이프로 고정시켜서 쓸 수 있게 해 줬어요. 과학이랑 도덕 수업이 남았는데 꼭 조퇴를 시켜야 할까요?”

하신다. 나는 주원이를 다시 바꿔달라고 했다.

“주원아, 니가 조퇴해야겠다고 했으니 조퇴할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네 말을 듣고 결정할 거야. 정말로 꼭 조퇴를 해야겠어? 아니면 조퇴 안 해도 괜찮은 상황인데 조퇴하겠다고 하는 거야? 안경 잠시 고정시켜서 쓰면 안 돼?”

“조퇴해야겠어. 안경 고정시켜도 잘 안 보이고 어지러워.”

주원이 대답을 듣고 선생님을 다시 바꿔 달라고 했다. 선생님께 주원이 말이 이러하고, 나는 주원이 말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했으니 조퇴를 시켜달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극구 말리시면서 일단 5교시 수업 들여보내겠고, 5교시 끝나보고 안 되겠으면 그때 조퇴 시키겠다고 하신다.

전화를 끊고 나서 걱정이 된다. 좀처럼 조퇴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 아들인데, 주원이 담임 선생님은 내가 모르는 아들의 모습까지도 알지 모르니 선생님 폰으로 다시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 혹시 주원이가 조퇴를 한다고 말하는 태도나 평소 생활에 문제가 있나요?”

선생님은 웃으면서 평소에 징징거리는 건 있어도 반항을 한다거나 꾀를 부리는 건 없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이번 시험에서 과학 점수가 많이 낮았으니 과학 수업은 빠지지 말라고 해 뒀다 하신다. 그리고 또 안경 맞추러 조퇴하는 건 미인정 조퇴이니 웬만하면 조퇴를 허락하지 말란다.

아! 경계다. 혜진이의 마음은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미인정 조퇴라는 말을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서 자성의 정을 세우자.

나는 미인정 조퇴, 미인정 결석에 강하게 반대하는 마음이 나오는구나. 상황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아들에게 조퇴할지 말지 결정하라고 해 놓고는 내가 뱉은 말은 꼭 지켜야 한다는 주착에 빠져 있었는데 미인정이라는 말에 안 된다는 마음이 크게 드는구나. 아들이 밖에서 어른에게 반항할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하고 있구나. 어른에게 반항하면 안 되나? 반항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미인정 조퇴는 나쁘나? 안경 때문에 어지러우면 안경 맞추러 미인정 조퇴를 할 수도 있지.

그런데 그렇게 생각해도 아직 미인정 조퇴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미인정 조퇴는 허락이 안 되는 내 마음을 계속 공부해야지.

일단, 아직은, 오늘은 조퇴 허락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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