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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 일기

아들의 거짓말

아이의 거짓말을 마주할 때의 나의 마음가짐에 대해

by 강혜진

토요일, 학원에 갔던 아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어도 소식이 없다. 전화를 걸었더니 축구하러 갔단다. 실내에 있는 느낌이 들길래, 지금 실내에 있는 것 같은데? 했더니 편의점에서 뭘 먹고 있단다. 그런데 옆에서 딱! 딱! 당구공 치는 소리가 들리고 “빨리 쳐라.” 하는 말도 들린다.

“지금 당구장이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들이 “어떻게 알았어?” 한다.

화가 난다. 당구장에는 가지 말라고 이야기했었는데 당구장에 있다. 그것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그리고 거짓말해 놓고도 뻔뻔하게 어떻게 알았냐고 되묻는 것.

혜진이의 마음은 요란함이 없건마는, 아들의 거짓말하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정을 세우자.

나는 거짓말하는 것이 싫다. 그러나 거짓말하는 것은 아들의 시비 이해에 따라 일어나는 일이니 내 마음만 보자. 잠시 내 마음을 챙겼더니 말이 곱게 나온다.

“집에는 언제 올 거야?”

“6시까지 갈게.”

“그래, 시간 맞춰서 늦지 않게 와라.”


그런데 5시 50분에 아들에게 부재중 전화가 한 통 와 있고 늦을 것 같다는 카톡도 와 있다.

당장 전화를 걸었다. 내 전화를 받은 아들이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이제야 축구장에 도착했다고 늦겠다고 이야기한다.

“6시까지 온다는 약속을 못 지키겠다고?”

“그럼 지금 오라고?”

“6시까지 오겠다고 했으면 와야 하지 않나?”

“알겠어.”

남편에게 그간 아들의 마음에 안 드는 점을 조목조목 알렸다. 어제 미인정 조퇴하려고 했던 아들이 떠올라 말하면서도 더 성질이 난다. 요즘 돈돈 펑펑 쓰고 휴대폰 요금도 많이 쓰고 시험도 망쳐 놓고 지난주엔 친구들이랑 부산 광안리까지 가서 하루 종일 놀고 왔는데 이번 주에 또 당구장 가서 논다고 거짓말을 하고. 실망할 일이 연거푸 겹친다고 말했다. 말하면서 요란해진 줄도 모르고 목소리가 흥분해서 남편이 내 말을 한참 듣더니 말한다.

“화나서 이야기하면 듣나, 애들이 다 그렇지. 네가 내려놔야지. 그 상태로 말하면 하나도 안 들으니가 찬찬히 이야기해라.”

남편 말이 맞다. 아들이 올 때까지 명상하며 요란함을 잠재운다.


6시 7분에 집으로 왔다. 와서 내 앞에 서서 나를 보고 있다. 잘못했으니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해 주길 바라는 눈치다.

“방으로 따라 들어와.”

평소에는 내 말을 다 반사하고 튕겨내던 아들이 1시간 동안 토 안 달고 내 이야기를 다 들어준다. 돈 관리, 시간관리, 양심 관리 잘 하고, 거짓말하는 네 마음을 잘 챙기라고. 네가 요란하고 어리석고 글러지는 그때 그 마음을 잘 챙기라고 알아듣기 쉬운 말로 아들의 대소 유무를 챙겨준다. 엄마가 중심을 잘 잡고 아이들 대소 유무를 알려주라는 인오 선생님 말씀 덕분에 오늘 아들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했다.

엄마가 화낼 것 같아서 거짓말을 했다는 아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당구장 갔다는 말보다 거짓말한 것 알 때의 마음이 훨씬 화가 난다는 걸 일러주었다. 당구장이든, pc방이든 왜 못 가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솔직한 마음도 아들에게서 들었다. 당구장, pc방이 나쁜 곳이라 생각하는 내 분별과 주착에 대해서도 소상히 설명해 주었다. 엄마가 늘 따라다닐 수 없으니 어디를 가더라도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선만 잘 지키면 된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한참 이야기가 끝나고 아들이 나를 꼭 안아준다. 밥 먹으러 나오라는 말에 씩 웃으며 따라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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