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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 일기

그의 말투에 묘하게 눈치 보는 경계

by 강혜진

며칠째 계속 전입생이 오고 있다. 그제는 8시 5분에 출근하는데 교무실 앞에 이미 학부모와 학생이 긴 줄을 서 있었다. 미리 준비를 단단히 해 놓았는데도 우왕좌왕했다. 내가 전입생을 안내하고 돕고 교무 행정원님이 학반 배치를 하고 방과 후 실무사님이 아이들을 교실로 데려다주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

학부모님들이 작성할 서류가 많아서 교무실 책상에 앉아 한참 서류를 작성하셨다. 그러니 교무실이 더 붐비고 정신이 없었다.

한차례 폭풍이 몰아친 듯 전학 처리를 하고 종일 빠진 서류가 없나 챙겼다. 퇴근 시간이 지나서야 행정원님과 공문 접수 처리도 하고 전입 서류 요청도 끝냈다.

어둑어둑해져서야 퇴근하자고 말하면서 행정원님께

“오늘 그분 안 계셔서 참 다행이다 그렇죠?" 하고 말하며 웃는다.


우왕좌왕 질서 없는 모습을 그분이 보셨다면 어땠을까?

도와주셨을 지도, 아니면 매의 눈으로 지켜보다가 다음에는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냐고 피드백을 주셨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그분이 병가로 하루 나오지 않으셔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분은 자주 상황을 관망한다. 그 관망이 관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종료되고 난 후에 피드백이 날아오는데 나는 그분의 말투에 자꾸 마음이 다친다. 능력 있는 사람이 그러지 못한 사람을 바라볼 때 답답하고 더 좋은 방법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을 나도 안다. 나도 우리 아들딸 바라볼 때 자주 그런 마음이 들고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칠 때도 자주 그런 마음이 나온다. 그런데 그 말투가 너무 뾰족해서 신경이 많이 쓰인다.

오늘은 그분이 오지 않으셨으니 대화할 기회가 없었는데도 만약 그분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면 주눅이 바짝 들어서 경직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에 대한 ‘신’이 부족하구나.

이렇게 하면 싫어하실까, 저렇게 하면 뭐라 하실까 자꾸만 눈치 보고 신경을 쓰게 되는구나.


그분 앞에서도 내 마음을 먼저 챙기고 요란하지 않게, 어리석거나 글러지지 않게 공부해야지.

오늘은 경계 거리가 눈앞에 없는데도 내가 경계를 의식하고 있음을 챙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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