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즐기면서 살아가자
사랑하는 주원아, 주하야
엄마는 병적인 완벽주의자였단다. 누가 완벽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데도 지나칠 정도로 나를 몰아붙이며 완벽하려고 했던 원인이 무엇인지 오늘에서야 답을 찾았단다. 나에게 있는 경제적, 정서적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해.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고 느끼며, 보통의 사람들에게 결핍을 들키지 않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컸기 때문이었단다. 그리고 나를 위해 희생한 부모님께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서 완벽해지려고 애쓰며 살았지.
뭐든 잘 하고 싶었고 잘하려고 애썼단다. 한가로이 쉬고 있으면 죄책감이 왈칵 밀려왔지. 팔자 좋게 놀러 다니며 제 할 일을 미뤄두는 사람은 나태하고 게으른 사람이라고, 돈을 써대며 물건을 사 모으는 사람을 싸잡아서 사치한다고 여기던 때가 있었단다. 지금 현재를 즐길 줄 모르던 나의 모습과 그들의 모습을 비교하며 나는 바르고 그들은 그르다 생각했단다. 참 어리석었지.
이런 완벽주의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아들딸인 너희를 기를 때에도 문제가 됐던 적이 있단다. 행동이 느리고 이해가 더디고 욕심도, 애착도 없는 아이들을 보면 참 한심해 보였지. 그런데 또 완벽한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속으론 한심해하고 겉으론 한없이 친절한 척을 하며 위선을 떨었단다. 그땐 엄마가 20대, 30대였어. 세상 둘도 없는 좋은 선생님인 척하면서 부족한 아이들을 한심해했으니, 그땐 매일 내가 나에게 실망하고 자책했지. 그렇게 내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며 살았단다.
목표가 높아 뭘 해도 성에 안 찰 때가 많았어. 수준이 낮은 사람에게 맡길 바에야 나 혼자 해 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자주 했단다. 자연스레 번아웃이 왔지. 늘 두통에 시달렸고 어깨가 묵직했단다.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가족들에게 히스테리를 부렸지.
나는 지금도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 독서하고 운동하고 글을 쓴단다. 나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중이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매일 새벽 나의 루틴이 또 다른 수준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이것 자체로 좋아서 하는, 내 인생을 일에서 벗어나게 하고 즐기게 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거야. 매일 새벽 엄마는 혼자 신나게 쉬는 중이지.
누구나 나처럼 자기를 극한으로 몰아붙이지는 않아.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 그러면서 자기 일에 애착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이 멋진 사람이지. 잘 놀 줄 알아야 일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느끼고 있단다.
학원 숙제가 많고 학원 갈 시간이 빠듯해서 힘들다는 주원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숙제하고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숙제하라고 했던 어제의 나를 반성한다. 아침엔 잠을 자야 하고 점심시간엔 친구들과 축구하느라 점심도 건너뛸 정도로 열심히 놀아야 한다는 너는 사실 너만의 즐거움을 챙길 줄 아는, 엄마보다 훨씬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학업과 쉼을 균형 있게 병행해 간다는 것! 행복한 사람으로 잘 자라고 있어서 고맙다.
혼자 있는 시간을 충실하게 활용하는 주하, 혼자 방에서 뭐 하나 조용히 문을 열어보면 책상에 앉아 열심히 손으로 아기자기한 것들을 만들어 내는 주하를 보면서 그야말로 여유 시간을 즐기며 살아가는 요령이 있는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참 부럽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단다. 불가능한 것을 바라보고 나를 채찍질하기보다는 진심으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은 꼭 찾아보기 바란다. 인생 사는 재미는 그런 데서 오는 거란다. 해야만 하는 일을 할 때 스트레스가 느껴지고 번아웃이 오려고 할 때, 내가 진심으로 즐기는 것들을 하며 쌓아두었던 에너지를 꺼내 쓰면 된단다.
오늘도 멋진 하루를 즐기고 오렴.
2025. 8. 20.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