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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편지 #7 덜 싫은 것보다 더 좋은 것 선택하기

눈치 보지 말고 자유롭게!

by 강혜진

사랑하는 주원아, 주하야!

오늘도 여전히 덥구나. 이 더위가 언제쯤 물러가련지, 긴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영양가 듬뿍 담긴 음식 잘 챙겨 먹고, 덥지만 운동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어젯밤, 엄마가 하는 마음공부 워크숍에 따라와 준 주하에게 참 고맙다. 한창 사춘기인 딸이 엄마 모임에 군소리 없이 따라와 준 것만으로도 엄마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단다. 많은 어른들이 모인 마음공부 자리에서 차분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주하를 보면서 주하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엄마의 1박 2일 마음공부 워크숍에 따라가면서 표정이 굳은 주하에게 썩 내키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괜찮으니 이야기해 달라고 하니 주하가 했던 말이 아직까지 엄마 마음속에 묵직하게 남아 있단다.

“여기 따라가지 않으면 내일 아침 일찍 방과 후 수업 가야 하니까 그냥 따라갈래.”

더 싫은 걸 피하기 위해 그것보다 조금 덜 싫은 걸 선택한다는 너의 말이 엄마는 참 걱정스러웠어. 살아가면서 늘 내키는 것만 선택할 수는 없지. 원하는 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도, 마음대로 살 수도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잖아. 그렇지만 내 딸은 그 많은 선택지들 중에서도 조금 덜 싫은 것보다는 조금 더 끌리는 것을 선택했으면 하는 욕심이 나더라.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 한껏 표정이 얼어붙는 너를 잘 알기에, 말수가 적어지고 표정이 굳어지면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많이 되는 나를 잘 알기에, 마음공부 모임에 너를 데려가지 말걸 그랬나 하고 운전하며 가는 동안 계속 걱정이 됐었어.

마음공부 선생님께서 엄마의 그런 마음을 한눈에 탁 알아차리시더라. 내 마음이 어땠는지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고, 내가 제안한 것에 응하며 선뜻 즐거워하지 않는 딸의 눈치를 살피며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한껏 즐기지 못하는 나를 선생님은 한눈에 파악하신 거지. 왜 그렇게 딸의 눈치를 보냐는 선생님의 물음에 나는 나 때문에 누군가가 불편해지는 것이 싫어서 자꾸만 나의 제안에 응하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 나를 제대로 파악하게 되었단다.

엄마는 자꾸만 주하 눈치를 살피는데, 주하는 엄마 눈치 따윈 보지 않고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자유롭게 그 자리에 함께하는 것을 보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더라.

주하의 최대 고민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단다. 영재수업에서 만들고 발표해야 하는 산출물이 벌써부터 걱정된다는 주하. 많이 고민하고 오래 궁리하는 만큼 배우는 것도 많고 결과도 좋을 테니 혹시 도움이 필요하다면 엄마에게 요청하면 좋겠다.

점점 자라면서 말수도 줄어들고 속마음도 훤히 드러내 보이지 않는 딸을 보며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헛되이 흘려보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단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지. 함께 있어도 서로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함께하는 가운데 각자 자유로울 수 있도록 자기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단다.

피곤한데도, 낯선데도 엄마와 함께 동행해 주어서 고맙다. 다음번에도 잘 부탁해. 그땐 엄마도 주하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즐겨보도록 하마.

주원이도 기회가 되면 함께하면 좋겠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너희들 어린 시절에 함께하는 추억을 늘려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구나. 엄마가 수시로 함께하자 제안할 테니 그때마다 덜 싫은 것이 아니라 더 좋아서 엄마와의 동행을 선택하면 참 행복할 것 같다.

2025. 8. 21.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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