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려움을 지나면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다
사랑하는 주원아, 주하야!
살면서 나에게 왜 이런 고통과 어려움이 자꾸만 겹쳐서 일어나지? 하고 힘들어해 본 적 있니? 혹시 내가 모를 어려움이 있었더라도 너희 둘이 스스로 감당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엄마도 모르게 지나가지 않았을까 생각만 해 본다.
엄마는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결혼을 준비하고 신혼집을 구하고, 그 와중에 주원이 주하의 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시다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아빠까지 너무 힘들어할 때가 생각나는구나. 이제 조금 남들처럼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볼까 기대했는데 마치 내가 남의 물건에 욕심이라도 낸 것처럼 곧 손에 잡힐 것 같은 그 행복을 빼앗아 가버린 신이 참 원망스럽더라.
아빠와 결혼하기 전에도 엄마는 누군가에게 의지해 본 적이 없었다. 내 살길은 내가 개척해야 했고 생존을 위한 딱 최소한의 지원만 받았거든. 이제 내 가정을 꾸리고 주원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며느리가 되고, 아빠의 아내가 되면 새로 생긴 가족들에게 사랑도 받고 의지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단다. 내 것을 내어주려는 마음보다 뭐라도 하나 챙겨 받으려는 마음이 커서였을까. 아니면, 어렸을 적 스스로 결정하고 자립하던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내 운명이 누군가에게 기댈 운명이 아니라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하는 운명이어서 그랬을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방황하는 아빠와, 슬퍼하는 할아버지, 슬픔을 마음 놓고 표현하지 못하는 고모와 삼촌을 보면서 나는 기댈 마음은 접어버렸단다. 엄마를 잃고, 아내를 잃은 시댁 식구들을 챙겨야만 했지.
달콤한 신혼을 기대했던 엄마 속도 시커멓게 타들어갔단다. 신에게 불평불만을 쏟아 놓았지. 왜 나에게는 의지할 사람을 허락해 주지 않는가, 내가 기대하던 행복은 크고 화려하지 않은데도 왜 나에게만 순순히 그 행복을 내어주지 않는가. 정말로 신이 있다면 돌이라도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단다.
고난과 역경을 기대하고 사는 사람은 없지. 원래 반갑지 않은 손님은 어느 날 갑자기 불현듯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단다. 그럴 때 그 앞에 무릎 꿇지 않아야 해. 왜 나에게만 이런 나쁜 일들이 일어나냐며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단다. 이미 고난은 내 앞에 닥쳤고 내가 그 고난에 빠져 허우적거리든, 고난을 가볍게 무시해 버리든, 힘든 시간이 지나면 또 예고치 않은 행복과 환희의 순간이 찾아오는 법이거든.
그러니 힘들다고 너희 마음속의 불씨를 꺼트리지 말거라. 신이 고난을 주는 것은 너희를 더 단단하고 질기게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거라.
엄마와 아빠는 결혼을 준비하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고난 속에 허우적거리다가 지금처럼 멋진 어른이 되었단다.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 의지하려던 어린아이에서, 이제 누군가에게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의지할 만한 어른이 되었지. 우리 주원이, 주하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주라고 신이 그때의 그 고난과 역경을 신경 써서 챙겨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단다.
혹시 원치 않는 불행이 연거푸 일어나도, 세상 사는 것이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도 신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말거라.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닌 일이 될 테니까. 그 속에서 한 뼘 성장하는 너희를 알아차리게 될 날이 올 테니까.
지금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니? 그 힘든 시간을 겪어내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오늘은 너희에게 닥친 고난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2025. 8. 22.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