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다 괜찮아." 믿음을 주는 엄마

찜질방에서 얻은 사춘기 자녀 양육 노하우

by 강혜진

혜경 언니와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다. 오전에 학교에서 근무하고 4시쯤 만나기로 했다. 사우나 티켓이 있으니 홀가분히 오라는 언니 말에, 그래도 화장품 몇 개와 씻을 도구를 챙겨 아침 일찍 학교로 출근한 터였다.

부재중이신 교감, 교장 선생님을 대신해 결재 처리를 여러 건 했다. 중요한 결재가 있어 그것까지 끝내놓고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만나자는 언니 말에 택시를 잡아타고 사우나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언니의 얼굴이 반갑다.

대학교 같은 과 한 학번 선후배 사이였던 우리는 대학 다닐 땐 서로를 몰랐다. 발령받고 다니던 연구회에서 언니의 열정적인 모습을 일 년 남짓 보았나? 언니는 결혼을 하며 타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겼고, 오랫동안 육아휴직을 하며 아이를 기르고 파견 간 남편을 따라 아부다비에서 몇 년을 살다 오느라 서로 소식도 모르고 살다가 재작년 여름쯤 글쓰기 온라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다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일부러 사람 만날 일은 잘 만들지 않는 나는, 좋은 사람이 먼저 연락하면 무리를 해서라도 만나려고 노력한다. 혜경 언니는 몇 안 되는, 나에게 먼저 만나자고 제안하는 좋은 사람이다.

멀리 아부다비에 남편을 두고 한국으로 다시 귀국해 복직하고 두 아이를 기르는 언니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게 산다. 저 에너지가 다 어디서 나올까, 혼자서 아이 키우며 힘들지 않을까, 그런데도 언니는 지치는 기색이 없다.


이제 중학교 가는 딸이 걱정돼 언니의 자녀 양육에 관해 잠시 조언을 구했는데 그 답변이 해질 때까지 이어졌다.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언니의 개방적이고 유연한 태도,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품격에 반했다. 원래도 좋은 사람이었지만 대화하면 할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사람이다.


아이가 혼날 행동을 했을 때, 혼을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화를 내고 책임을 물으며, 말로 다 표현하지 않은 눈빛과 태도에 너를 잘못 키워서 내가 책임질 일이 생기겠구나, 너 때문에 내가 자식 잘 못 키웠다고 손가락질 받겠구나, 아이를 원망하던 때도 있었다. 어쩌다 혼낼 일이 있으면 누구보다 먼저 손가락질하고 비난한 건 바로 엄마인 내가 아니었을까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먼발치에서 지켜보려 노력하던 나다. 그런데 그렇게 물리적인 거리를 두는 것보다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되, 아이가 스스로 자유와 책임에 대해 생각하고 독립하도록 하는 게 먼저라는 걸 깨달았다.

“휴대폰 그만해.”가 아니라, “내일 시험인데 지금 휴대폰 괜찮겠어? 휴대폰 하다가 나중에 네가 후회하게 될까 봐 걱정이다. 스스로 판단해서 해.”

아이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자유에 대한 책임과 결과는 오롯이 아이에게 맡겨두는 부모의 태도. 부모가 아이를 최우선에 두고 자기 인생을 희생하며 살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지옥이라는걸, 세상 바쁘게 살면서도 한없이 행복해 보이는 혜경 언니를 보면서 자녀 기르는 비결을 어렴풋이 배우고 온다.


“엄마 믿고 다 해 봐. 아무래도 괜찮아.”

부모는 아이에게 믿음을 주고 의지가 되는 존재여야 한다는 말. 아이가 어떤 잘못을 해도 부모가 중심을 잡고 바르게 기르면 된다는 것도.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바른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 누구보다 내가 내 인생에 애착을 가지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말도 새겼다.

찜질이 끝나고, 미지근한 탕에 앉아서도 한참을 이야기 나누었다. 그러다 휴대폰에 남은 딸아이의 부재중 전화를 보고 머리도 말리지 않은 채 집으로 뛰어가는 혜경 언니를 보며, 다음번에 또 찜질방에서, 그녀의 아이 잘 기르는 비법을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땀을 배출하고, 따뜻하게 몸을 녹이고 오니 참 좋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내일은 딸아이의 교복을 맞추고, 아들의 증권 계좌를 개설해 주고, 맛있는 끼니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몇 가지를 예약하고, 배송 신청해 둔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를 믿고 허용해 주는 엄마가 되겠다고, “괜찮아. 다 괜찮아.” 속으로 여러 번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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