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음악, 책, 전시회 등)
제목만 보고는 곰탕의 역사나 조리법을 담은 가벼운 소설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예상했던 내용과는 전혀 달랐다. 곰탕이라는 이름을 빌린,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스릴러이면서 가족드라마 같은 감동을 주었다. 이 조합을 쉽게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책 내용이 이 글에 담겨있음)
이우환이라는 인물은 2060년대를 살아가는 40대 남자이다. 고아원 출신으로 부모가 누구인지 뭐 하는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는 곰탕집에서 보조로 20년 가까이 일을 하고 있다. 그에게 갑자기 시간여행을 하게 될 기회가 생겼다. 가게 사장님으로부터 2019년에 가서 자기가 먹던 곰탕집 레시피를 가져오라는 미션을 받았다. 그렇게 그는 2019년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곰탕 레시피를 가지러 간 그는 예상치 못한 일을 겪게 된다. 아버지를 만나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고, 시간 여행자들의 무리에 섞여서 살인사건에도 휘말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우환이라는 인물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었던 게 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하지 않았나 싶다. 이우환은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를 만났지만 그를 자신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불량학생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우환은 점점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연대의식 같은 걸 느끼게 된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결국 이우환은 아버지와 함께하며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게 된다. 마찬가지로 그의 아버지인 19살의 이순희도 40대 아저씨에게 알게 모를 연민과 연대의식을 느끼게 된다.
그 감정들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도 자극적이고 흥미롭지만 이 책은 마지막 부분이 특히 감동을 준다. 이우환이 시간여행을 가기 전 이순희는 자신에게 아들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지만 이우환이 시간여행을 다녀오면서 이순희는 아들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 철없고 못된 이순희도 아들의 존재를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옳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결국 이 책은 아들과 아버지 그리고 가족이 주는 힘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아빠가 된 지 100일째 이 책을 읽은 나에게 이 책은 그래서 재미가 있었나 보다. 아직은 아빠라는 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빠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내 삶의 가치 그리고 무게가 다르게 느껴지고, 아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