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일기

일상의 모든 것

by Theo

오늘만큼은 이 감정을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에 기억나는 것들을 적어본다.

9월 6일 토요일(39주 2일 차) 오늘은 병원 진료가 있는 날이다.

와이프가 새벽에 이슬이 비쳤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보다 더 기분이 묘했다. 만감이 교차했다.


10개월간 기다린 아기(태명 고굼이)를 드디어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면서도, 출산의 고통을 이겨내야 할 와이프가 걱정되기도 하였다.


아침에 이슬이 비친 후 진통이 조금씩 오고 있다고 한다.

예정된 시간에 병원 진료를 보니 자궁 문이 1cm 정도 열렸는데, 아직 아기가 내려오진 않았다고 한다.

평소 시크하고 대수롭지 않게 진료를 봐주시는 선생님인데 '이번 주말에 나올 것 같네'라고 한마디 해주시며 일단 집에 가서 진통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오라고 했다. 우리는 둘 다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코끝이 찡해진다.

두려움일까, 기대감일까, 행복일까, 불안함일까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일주일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는데 당장 오늘내일이라고 하니 마음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그래도 잠봉뵈르는 먹어야겠다며 우리는 잠봉뵈르 가게에 들러 점심을 포장해 와서 먹었다.


아기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는 말에 점심을 먹고 산책을 돌고 왔다. 평소 같으면 이 정도만 돌자고 했을 와이프는 조금 더 걷자며 타임테라스 곳곳을 구석구석 구경하며 돌았다. 평소 힘들거나 아파도 별로 내색하지 않는 와이프이기에 지금 통증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어서 일단 산책하고 돌아와서는 푹 쉬라고 해두었다.


조금 쉬다가 저녁밥을 먹었다. 그 와중에도 계속 진통이 있다고 해서 일단 저녁을 급하게 먹고 정리했다. 병원에 전화를 해보니 조금 더 기다렸다가 오라고 한다. 진통 주기가 더 짧아지거나 더 강한 진통이 오기를 기다리는 와중에 집에 전화를 한번 해보았다. 아직 진통이 더 강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더니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우리도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짐을 챙겨 병원으로 이동했다.


병원 도착 이후부터는 가만히 옆에서 진통을 지켜보는 것이 더 고통스럽고 후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시간 순서대로 분만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해 보았다.


21시 - 병원 도착. 태동검사 및 내진 결과 3-4cm 열림.

23시 - 두 번째 태동검사 및 내진 결과 4-5cm 열림.

23시 15분 - 극심한 통증과 오한으로 무통주사 투입.

00시 15분 - 내진 결과 6-7cm 열림. 무통 효과로 진통은 많이 느끼지 못함.

00시 40분 - 내진 결과 여전히 6-7cm 열림. 무통 투입 후 약간 진행이 더디다고 판단되어 20분 정도 걷기 운동.

01시 05분 - 내진 후 양수 터뜨림

01시 20분 - 소변줄로 소변을 빼냄

01시 30분 - 내진

01시 40분 - 힘주기 연습을 본격적으로 시킴. 진통이 올 때마다 그 느낌으로 힘주기 연습.

02시 20분 - 좀 더 대기

02시 45분 - 확인. 머리 보임

03시 05분 - 분만준비

03시 13분 - 출산


출산 직전 잠깐 나가서 대기하다가 들어가서 탯줄을 잘랐다. 탄생의 그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10개월 동안 아기를 품고 6시간 이상의 진통을 견뎌 출산을 성공한 와이프에 대한 존경심도 들었다. 내 생에 절대 잊지 못할 하루를 선물해 준 와이프와 아들에게 나는 어떤 선물을 해 줄 수 있을까 평생 갚아나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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