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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토끼 Jan 30. 2018

[엄마로 살기]
03 아이 성향을 고려한다는 것

세종에서 딩동댕 유치원을 한다기에 힘들게 예매했다. 힘들 것까지 없는 일이긴 했다. 그러나 나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우선 9시 땡 하면 예매를 시작할 것이었다. 지방이라 공연이 많지도 않은 데다 무료라서 엄마들은 미친 듯이 클릭할 것이었다. 그 시간이면 나는 아이들을 등원시킬 때이고, 아이들은 엄마가 바쁘거나 말거나 자기들 컨디션대로 움직일 것이었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세 명이 같이 움직이면서 예매를 하려면, 그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다.


어쨌든, 성공했다. 나름 엄마 노릇하는 것 같아 자부심을 느끼며 이번 주 금요일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이 좋아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야심 차게 마련했지만 아이들은 그저 그럴 때가 있기 때문이었다. 엄마의 노력 정도에 맞추어 즐거워하고 감사하라고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결정적으로 지난번 법의 날이 떠올랐다. 대전까지 건너가서 법 관련 체험을 하려고 했는데, 애들이 행사 마스코트를 보고 기겁해서 그냥 왔기 때문이다. 사실 첫째는 어릴 적부터 행사장 풍선부터 시작해서 인형 알바, 피에로, 풍선 아저씨 등을 무서워했다. 둘째는 안 그러나 싶었는데 오빠가 무서워하는 것을 보고 같이 무서워하게 되었다.





나는 우리가 만나게 될 마스코트를 미리 보여주었다.


"얘들아, 우리 금요일에 공연 보러 갈까? 거기엔 이렇게 생긴 친구가 있대. 뚜앙 말이야."


'엄마가 재밌는 사진 보여주나 보다'하고 이히히 웃던 애들은, 사진을 보자마자 기겁했다.


"으아!!! 아니요!!!!"

"이거 가짜야. 그냥 사람이 인형 옷 입고 가면 쓴 건데? 되게 재밌는 거 한대."


자기를 설득하는 줄 알았는지 아이는 말했다.


"우리 말 안 들어서 데려가는 거예요? 죄송해요. 말 잘 들을게요."


아이들은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때문인지 갑자기 겸손한 자세로 등원하였다.





미리 확인하길 잘 했다. 아무리 좋은 의도여도, 누군가에겐 좋은 경험 이어도, 우리 아이에게는 아닐 수 있다. 엄마가 아이보다 한 발 앞서는 순간에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아이의 흥미와 성향이 무시되고 있지는 않은지.


가서 우는 애들 둘 붙잡고 괜찮다고 설득하다 올 뻔했다. 대신 가고 싶어 했던 다른 친구에게 티켓을 양도했다. 의도치 않은 선행을 베풀었다. 나는, 그냥 엄마가 아닌 '우리 아이들의 엄마'가 되는 길에 한 발짝 다가선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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