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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nnie Jan 14. 2020

실패한 홀로서기, 참치주먹밥

근무지가 세종시로 옮겨져서 직장 따라 2년 간 세종시에 거주한 적이 있다. 사람을 만나야 에너지를 얻는 외향형 성격인 내가 가족과 친구들과 모두 떨어진 지방에서 살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에 같이 지방으로 이전해서 자신만의 멋진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멋있었다.


나도 카메라를 들고 혼자만의 여행을 하겠다는 결심으로 '하루 여행'이라는 책도 빌려보고 혼자 쉬는 날 다닐 수 있는 곳들을 구상해 보았다. 하지만 내가 혼자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을 보고 연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혼자 멋지게 사는 것에는 소질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사실을 이때는 모르고 있었다.


공주 공산성을 가기로 했다. 카메라를 준비하고, 도시락을 쌌다. 도시락은 참치주먹밥. 중학교 가정 시간에 선생님이 조를 나눠서 각 조 마다 요리를 하나씩 만드는 미션을 주셨는데, 우리 조에 있던 한 친구가 실패 없는 음식이 있다며 밥에 참치, 참기름, 소금, 후추, 김을 넣어 만든 참치주먹밥이라 했다. 너무 단순한 음식에 선생님은 다소 실망하셨지만 반에서는 우리 조 요리가 인기 최고였다.


참치주먹밥을 동글동글하게 한입 크기로 만들어서 플라스틱 통에 담고, 꽃무늬 보자기에 싸서, 일본에서 기념품으로 사 온 도시락용 나무젓가락을 보자기 매듭에 꽂아 도시락을 완성했다. 가방에 도시락을 넣고 버스를 타고 공주 공산성으로 향했다. 내가 너무 멋있었다.



공산성을 오르고 구경을 하다가 점심시간에 되어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꺼냈다. 도시락을 먹으니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 두 동생들이었다. 중학교 때 학교 친구에게서 배운 참치주먹밥은 부모님이 외출하시고 우리 세 남매만 집에 남았을 때 내가 동생들에게 해준 단골 요리가 되었다. 우리는 참치주먹밥을 만들고 인스턴트 우동을 끓여서 만화를 보면서 먹었다. 혼자만의 멋진 여행을 하려고 왔는데, 동생들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털고 일어났다. 멋있는 싱글은 이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날씨가 정말 화창했고, 봄의 공산성은 예뻤다.



예쁜 곳을 보니 가족이 생각났다. 공산성 사진들을 가족단톡방에 올리기 시작했다. 반응이 좋으니 기뻤다. 역시 예쁜 곳은 누군가와 나눠야 더 아름답다. 이때 깨달았다. 난 혼자일 수 없는 사람이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세종시를 떠나 남동생과 께 서울에 살고 있는 지금, 이 참치주먹밥은 닭발을 먹는 금요일 밤에 닭발의 매운맛을 잠재우기 위한 곁들임 주먹밥이 되었다. 어렸을 때 생들과 만화를 보며 먹었던  음식이 제는 성인이 된 우리의 금요일 밤 야식이 되었다. 역시 께 먹어야 제맛이다.



참치주먹밥 (2인분)


재료

밥 3 공기, 통조림 참치 큰 캔(150g) 하나, 반찬용 조미김 한 봉지, 참기름, 소금, 후추


만드는 법

1. 양푼에 따뜻한 밥 세공기를 넣고, 기름 뺀 참치를 넣고, 참기름을 두 번 두르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2. 반찬용 조미김 한 봉지를 손으로 부숴서 밥에 뿌고 주걱으로 섞는다.

3. 손으로 먹기 좋은 크기로 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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