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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nnie Jan 14. 2020

시작하는 글

아메리칸 커피

어린시절 미국에서 유치원에 입학했을 때, 선생님이 각자 자신의 이름을 적어보라고 했다. 정확한 스펠링은 아니어도 좋으니, 사람들이 자신을 부르는대로 자유롭게 적으라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은 철자가 틀려도 자기 이름을 들리는 대로 적기도 하고, 집에서 불리는 애칭을 적기도 했다. (Crissy라고 불리는 Christine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내 이름 '진희(Jean Hee)'를 귀에 들리는 대로 적으니


Jeannie


가 되었다. 모두가 이름을 적고 나서 선생님은 이제 반에서 1년 동안 이 이름을 쓸 것이라고 했다. 글은 초등학교 때 체계적으로 배우니 굳이 지금부터 정확하게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너무 일찍부터 아이들이 틀에 얽매이게 하지 않은 교육방식이 인상적이었는지 아직도 이 이름이 기억에 는다.


어른이 된 지금은, 한국에서 국제 무역 및 외교 분야에 종사하는 영어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다. 정확한 언어구사력을 요하는 이 일을 하다보면 항상 긴장하며 말조심, 글조심을 하게 다. 그래서 일을 하지 않을 때면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싶어서 브런치 작가 되기를 희망했다. 작가명은  이름조차 쓰고 싶은대로 쓸 수 있었던 그 때를 기억하며 'Jeannie'로.


아무 것도 대접하지 않고 내 말만 늘어놓고 있었다니. 커피 한 잔 내는 것은 예의인데. 커다란 머그에 담은, 시트콤 '프렌즈'가 생각나는, 양 많고, 연하고, 구수한 아메리칸 커피.


시트콤 <프렌즈>

아메리칸 커피(한 잔)


재료

물 300ml

원두커피 가루 1.5큰술(원두는 산미가 없는 것으로 골라야 구수한 맛이 난다. 스타벅스 Pike Place 원두 추천. 직접 갈던지 매장에서 드립용으로 갈아달라고 하면 된다.)


만드는 법

1. 핸드드립이나 커피머신(유럽식 에스프레소 기계나 원두부터 갈아주는 고급커피머신이 아닌 옛날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내린다.

2. 큰 머그에 담아서 두손으로 감싸고 마신다.


* 미국식 커피는 아무래도 티케이크나 스콘보다는 베이글이나 도넛과 잘 어울린다. 친구들과 오래오래 대화하며 마실 수 있는, 식어도 보리차처럼 구수한, 그런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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