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는 예수님이 식사를 하는 장면이 은근히 많이 나온다. 제일 유명한 식사는 최후의 만찬일 것이다. 교회에서 유치부 예배 보조 교사로 봉사를 한 적이 있다. 어린아이들에게 최후의 만찬을 설명하기 위해 목사님이 통식빵 하나를 들고 "여러분, 예수님이 떡을 떼셨어요"라고 하며 통식빵을 반으로 뜯었다.
"떡 아닌데? 빵인데?"
어리둥절한 아이들이 큰소리로 말했다. 목사님이 왜 떡이라고 하며 빵을 떼는 언행불일치를 보이고 있는지 진지하게 궁금해하는 아이들이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목사님은 당황해서 다음 순서를 이어가지 못했다. 교사들은 웃음이 터졌다. 그렇지. 빵이지. 목사님이 잘못했네. 백설기를 준비해오셨어야지.
영어성경에 빵(bread)으로 번역된 부분이 한글 성경에는 떡으로 번역되어 있다. 나는 이 번역이 참 좋다. 성경이 번역되었던 때를 생각하면, 당시에는 밀가루보다는 쌀을 먹었을 테니 떡으로 번역을 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와 닿았을 것이다. 사람은 떡으로만 살 수 없다는 구절을 사람은 빵으로만 살 수 없다고 표현했다면, 빵 없이 살 수 있었을 당시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
성경에 예수님이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면 예수님이 친근하게 느껴져서 좋다. 사람을 사귈 때 어떤 대단한 말이나 능력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같이 밥 먹으며 대화하는 관계 맺기의 기본을 아셨던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을 만나서 처음으로 한 일도 떡을 떼고 구운 생선을 드시는 것이었다. 올해 부활절 날 온라인 설교에서 우리 교회 목사님이 사도행전 9:19 "음식을 먹으매 강건하여지니라" 구절을 설명하면서 형제는 함께 밥을 먹어주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교회를 가지 않고 집에서 보낸 이번 부활 주간에는 엉뚱하게도 예수님이 드신 떡이 계속 생각나서 삶은 계란이 아닌 떡을 먹었다. (물론 예수님이 쌀떡을 드셨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냉동실에 얼려둔 가래떡 두 개를 해동해서 식용유 1/2 큰술과 참기름 1/2 큰술을 두른 후라이팬에 젓가락으로 굴려가며 구웠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말랑하게 떡을 구우려면 약불에 천천히 구워야 한다. 간단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간식이다. 노릇노릇하게 구운 떡을 꿀에 찍어먹으면 그야말로 꿀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