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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Nov 27. 2017

다정함, 연애에서 중한 것.

연애법 스물여섯째

뭇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너무 다양하다. 중요하게 여기라고 강조할만한 것을 무엇 하나로 특별하게 정하기도 어렵다. 때로 각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이율배반적으로 양립하거나, 모순적으로 존재하는 중에 충돌하여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가 타인의 경험에서 중요한 것을 배워서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것을 잊지 않고 챙길 수 있는, 공유되는 가치를 찾기 어려운 현대사회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두의 만남에서 통용되는 중요한 가치를 딱 잘라 무엇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곧 무엇이 두 사람을 연애로 이끌고, 연애감정으로 이어지게 하고, 좋은 연인으로 진전시키는지 특별히 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너무나 많고, 너무나 각자의 중요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슷한 무리 속에서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찾기도, 전혀 다른 삶을 산 사람의 자신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서 매력을 느끼기도, 형용할 수 없는 충동으로 사람을 선택하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답이 없다.



하지만 우리의 좋은 연애를 위하여 실마리가 될 ‘중요한 것’이 필요하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 연애할 수는 있어도, 수많은 실패로부터 자신의 마음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좋은 연애가 주는 행복을 찾느라 헤매는 여정은 설렘으로 가득 차기도 하지만, 칠흑 같은 공포가 드리운 것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과 함께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이 여정에 임하는 우리의 마음을 지배한다. 계속된 실패는 이 공포를 걷잡을 수 없이 키운다. 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힘이 필요하다.



굳건히 좋은 연애를 위하여 나갈 수 있도록 얼마간 숙명의 바람이 되어주는 가치가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어떤 연애에서라도 중요하게 여길만한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정함(kindness)’이다. 상대를 따뜻하게 살피고, 모든 장소에서 외롭게 방치하지 않으며, 상대의 모든 행동과 말에 이유가 있다고 먼저 생각하여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 말이다. 다정함은 상대를 향한 겸손, 성실, 용기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눈과 마음의 높이를 맞추는 겸손, 끊임없이 상대를 살피는 성실, 불확실성에서도 상대를 믿을 수 있는 용기 말이다. 우리는 다정함을 배제한 무엇이 줄지도 모를 쾌락만을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면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평화와 행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선이 내가 아닌 딴 데 가 있고, 외롭게 나를 방치하고,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보는 상대로부터 우린 어떤 만남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다정함을 넘어서 연애에 풍성함을 주는 것도 있을 것이다. 취미, 관심사의 일치가 그러한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다정함이 없다면 모두가 헛것이 되기 쉽다. 두 사람이 찬탄에 마지않는 그림을 볼 때도 중요한 것은 그 그림 앞에 함께 서있다는 것과 함께 연인이 한 편의 그림을 완상 하는 시간을 살펴 기다려주는 것이다. 곧 연인의 감상을 방해받지 않게 참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높이에서 바라보고, 성실히 살피고, 연인의 시간에 이유가 있다고 믿는 용기가 담긴 태도 말이다. 상대가 이러한 배려를 느낄 수 없다면, 이야기는 진전되기 어렵다. 다정함이 중요하다.


영화 <어바웃 타임 About Time>의 이 대사를 기억해야 한다; “I would only give one piece of advice to anyone marring. We are all quite similar in the end. We all get old and tell the same tales too many times. But, try and marry someone kind.”


우리의 삶은 비슷한 결론을 맺는다. 우리는 늙고, 비슷한 이야기들을 너무나 많이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생활이 삶의 다양함을 빼앗는다. 생활은 밥 먹고, 일하고, 쉬고, 잠자는 것이다. 늘 비슷한 일들이 일어난다.


유의미한 차이를 만드는 것이 있다. 내 곁의 사람, 나에게 다정한 내 사람. 밥 위에 반찬을 얹어주고, 지친 어깨를 어루만지고, 따뜻하게 껴안아주는 존재는 반복적 삶의 장면 모두를 하이라이트로 만든다.



내게 다정한 사람이 필요하다. 내 삶을 중요하게 만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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