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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Sep 04. 2018

개념

자유롭기 위한 얼마간의 거리.

고등학교 수업을 다녀왔다.


국익(national interest)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국제정치학에서 국가의 행위(action)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개념이다. 수많은 이익들이 국익으로 논급되고 있지만, 이익으로 삼은 각각의 것들, 또 대체로 국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자기보존, 경제적 복리, 자결권 등이 항상 국익으로 상정되는 것은 아닐 수 있으며, 국제정치의 변동에 따라 새로운 것들이 등장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국익이란 말이 발화될 때 너무나 많은 생각과 욕망이 이 개념에 담기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때론 어떤 이의 악다구니라고도 이야기했다.


수업을 하러 갈 때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개념들에 담겨 있는 내용이 반드시 진리인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그 개념들에 담긴 것들은 정당화된 이론이라고 주장한다. 


앞으로 아이들은 저마다의 세계를 만날 것이다. 세계를 만난다는 것은 세계를 구성하는 개념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개념은 우리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끈다. 우리를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세계의 규범과 규칙은 개념을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구조는 자발적 순응에 따라 힘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억압적 복종을 야기하며 세계를 살아가는 수많은 개인들을 종속시키기도 한다. 


아이들이 세계 속의 개념들에 억압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그 개념들이 때로 자신의 자유를 위협하거든 용기 내 논리를 무기로 저항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짧은 지식이지만, 개념의 역사성을 전달해서 그 개념이 변화하면서 간신히 여기까지 왔다고 이야기해주려고 한다.


물론 잘 안되는 날이 더 많다. 내가 가진 지식은 여전히 별것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있다. 세계에 적응하고 순응하는 삶도 좋은 삶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당연한 것들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자신과 자신의 자유를 잠식하는 거대한 힘 앞에 나약한 존재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순응만을 삶의 모토로 삶은 사람은 순응할 수 없는 억압에 저항할 힘과 수단을 적절한 순간에 갖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미력하나마 반드시 참인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의문을 통해, 세상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대화 나누며 자신의 세계를 지켜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



선생님께서는 때로 진리가 자유케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가 진리케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시곤 하셨다. 여러 의미를 담으셨을 것이다. 그분의 마음과 생각을 정확하게 알기에는 너무나 부족해서 내가 처한 상황, 내가 생각하는 삶의 방향성에 맞춰 의미를 생각할 뿐이다. 나는 자유를 위해, 오직 나의 유일한 진리인 자유를 위해, 곧 나 자신을 위하여 세상 앞에 흔들리고 있을 나의 자유를 너무나 진리롭게 정당화하고 구축하란 말씀이진 않았을까 생각한다.


세상에 대한 큰 불만 없이 살아왔다. 그러나 이따금씩 어색하단 생각이 드는 것들을 마주할 때, 아전인수식 해석이 붙은 그 말씀을 떠올리며 어색함이 주는 부자연스러움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들도 때때로 그랬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앞으로 자신을 자신 답지 못하게 만드는 어떤 것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앞에서 말했지만,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개념의 덩어리로 온다.  그때, 그 개념에 눌리지 않고, 악다구니라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힘을 주려면 나의 하루들을 부지런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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