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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Jan 10. 2020

나의 학생들에게

2019년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저는 수업을 마치고 나서, 제 박사과정 첫 학기도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연구실로 출근하면서 바쁜 연말과 연초를 보냈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길이 주는 두려움도 함께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지만, 제게도 고 3의 시간은 그랬던 거 같아요. 이유를 찾을 수 없지만, 이따금씩 무거워지고 어두워지는 시간.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 날들만큼 집중했던 시간도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하나의 목표, 하나의 다짐, 하나의 행동으로 점철된 시간이었으니까요. 여러분에게는 어떤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 또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게 될지 궁금합니다.


칼 포퍼(Karl Popper)라는 철학자의 책 중에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라는 책이 있어요. 그 내용은 뒤로하고, 그 제목이 하루하루의 생활에, 그리고 생활을 모아 이루어지는 삶에 적잖은 의미를 던지는 것 같아요.  우리는 언제나 문제에 당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삶을 만들어가는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리의 삶은 우리가 문제를 어떻게 마주하는 태도를 보이는지,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는지, 그리고 어떤 해답을 내놓는가, 에 따라서 판이하게 다르게 되는 것 같아요. 


먼저, 너무 무겁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 

어차피 여러분은 그 문제를 여러분답게 풀어낼 거예요. 1년이라는 시간은 하나의 문제를 풀기에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에요.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그 문제의 크기가 아니라, 그 문제를 얼마나 일관된 태도로 풀어갈 수 있는가일 것 같아요. 문제를 겁내기보다는 하루하루의 삶에서 흐트러지는 자신들을 겁내면 좋을 것 같아요. 


둘째, 큰 문제를 잘게 쪼개야 한다는 것. 여러분에게 던져진 문제는 작은 문제가 아니에요. 그것을 한 번에 풀 수 없고, 한 번에 풀려고 하면 겁이 날 거라고 생각해요. 잘게 쪼개서 여러분이 소화할 만큼의 크기로 만들면 좋을 거 같아요. 작은 문제를 풀다 보면, 결국에는 모든 문제를 풀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셋째, 용기를 내라는 것. 변화는 더디지만, 분명히 일어납니다. 인생에서 1년은 짧지만, 1년은 거대한 변화를 만들기에는 너무나 충분한 시간이에요. 지난 2년이 만족스럽지 않았더라도, 앞에 둔 2년이 앞으로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허황된 생각을 품는 것은 위험하겠지만,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포레스트 검프에서 우리는 봤죠. 


shit happens.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것만큼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용기를 갖고 오늘을 살면 좋겠습니다. 


넷째, 꿈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 무엇이 되고 싶은 마음을 모두 한 가지씩 품고 있었을 거예요. 선생님, 기자, 공무원 등등. 이런 꿈들도 좋지만, 저는 좀 더 넓은 꿈을 여러분들이 품고 지키길 바랍니다. 용기 있는 사람, 영향력 있는 사람, 사랑받는 사람, 아름다운 사람... 

직업이 꿈이라면,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우리의 삶은 꿈이 좌절된 것이 되지만, 이런 꿈들은 언제든 여러분을 이끌어가며 좋은 삶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여러분은 가능성 그 자체예요. 영화 wall flower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와요. 

we are infinite. 


제가 생각하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 infinite에서 finite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에요. 스스로의 관심, 능력을 확인하면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뚜렷하게 구분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점차 많이 택하게 되는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이죠. 반대로 여러분은 여전히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어요. 아직 여러분의 관심과 능력은 완전히 만들어진 게 아니죠.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러분은 inifinite 한 존재예요.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스스로 가두기 전까지 누구도 자신을 가둘 수 없어요! 여러분이 어떤 존재가 되어가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고, 그렇게 되고 있는 중이에요. 꿈을 잃지 않는다면.


끝으로 지난 한 학기 수고 많았어요. 쉽지 않은 여정이었으리라 생각하지만, 여러분은 해냈어요. 그것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언제든 연락 주세요. 그리고 스무 살이 되거든 꼭 연락 주고요. 


그날이 오면, 여러분이 길었던 여정 하나를 마무리한 것을 축하해주고 싶어요.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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