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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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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Nov 22. 2021

어른 연습

너는 너의 푸르름을 내일을 위해 써야 해.

고된 일상이라 힘을 잃어서 도저히 잘할 수 없을 거라고 너는 말했다. 고등학생 시절은 내게도 그랬다. 매월 시험을 쳤다. 내게 전부와 같았던 성적표의 숫자가 다달이 찍혀 나왔다. 나는 그것으로 나를 가늠했다. 좋은 성적을 받은 후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반대인 경우에는 무엇도 잘 해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나에 하나를 더하는 게 가끔은 부당하다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래서 가금 허공을 향해 생떼를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허공을 향해 던진 장탄식과 분노 가득 찬 고함을 나는 달리 뱉어내야 했다는 생각을 지금에 와서 이따금씩 한다. 그때 힘든 일상을 고깝게 여겼던 마음이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야 할 내게 순간의 해방감과 끝나지 않는 갑갑함을 주었기 때문이다. 가끔 그 갑갑함 때문에 나는 쪼그라들었다. 쪼그라든 내게 일상은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이 되었다. 악순환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위로의 말 보다 독려의 말을 했다.


"쉽지 않은 일상에 단 일 그램의 무게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보내는 일이 너무나 무겁게, 고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다만, 그렇게 조금씩 무지(無知)나 실수가 더 이상 자신의 과오를 덮어줄 수 없는 어른이 된 시점을 준비해 나가는 것 같아요. 조금씩 어깨에 진 짐의 무게를 늘리고, 그 무게를 지고서도 충분히 자신의 일상을 잘 살아갈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거죠."


마음은 논리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을 부지런히 달리 먹어야만 하는 것 같다. 마음이 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자신에게 살도록 만들면, 쉽게 그 벽을 넘어 넓은 세상으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리로 벽을 뚫어 길을 터줘야 하는 것 같다.


마음의 길을 만드는 일도 연습이 필요하다. 습관이 되어야만 마음에 높인 담벼락에 긁힌 상처와 찍힌 흉터만 남기고 원점으로 돌아오기만 하는 일상을 조금 더 잘 피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나는 그에게 하고 싶었다.



너는 어리지만, 아직은 름을 머금은 소년이지만,  름은 너의 내일을 부지런히 키우기 위한 것이며, 결국 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마음의 무게를 견디고, 허공을 향한 푸념을 오직 혼자인 순간에 해야만 하는 날을 결국 마주하게 된다. 그날을 위해 내게 주어진 기회를 너를 위해, 너의 미래의 어른 됨을 위해서 써야 한다. 너는   있고, 해야만 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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