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법 둘째
연애가 끝났을 때 가장 안타까운 일은 잘해주지 못해 생긴 후회가 남는 일일 것이다. 연애가 끝나고 나면 그와 함께한 추억, 그를 사랑했던 습관, 그가 변화시킨 내 자아의 모습이 남지만 그를 사랑할 수 있는 기회는 더이상 남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가져볼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하고, 곁에 둘 수 없는 그를 곁에 두려고 마음을 써 생겨버린 후회만큼 안타까운 일은 드물 것이다.
후회는 끝난 뒤에 생기지만,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본디 연애의 시작과 함께 시작한다.
자신의 마음에 품은 사랑을 충분히 표현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본디 모두 서툰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경험이 있을 수 있지만, 언제나 지금 내 앞에 있는, 내가 사랑하려고 하는 사람은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다. 그래서 적응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그의 세계에 능숙한 몸놀림을 보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어떻게 사랑하는 것이 그에게 충분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천천히 스며들 수 있게 마음을 전해야하는 것인지, 불꽃이 일듯 강렬하게 마음을 불태워야하는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또 마음의 표시가 저 멀리에 있는 그가 볼 수 있을만큼 뚜렷한 것인지, 무엇이 있는데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흐릿한 것인지 쉽사리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많은 사람,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사귀어보라고 주변에서 그랬던 것인지 모른다. 진정으로 사랑할 단 한 사람을 만났을 때 실기(失機)하지 않도록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그를 향한 애정을 표현할 다양한 방법과 표시를 위한 징표를 갖추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그런데 다양하고 많은 사람과의 만남으로 익힌 방법이 진정으로 유효할까?
유효할지 모른다. 상대가 좋아할만한 장소를 찾고, 상대의 기분을 읽는 노력에 그간 해온 다양한 경험은 일정정도 유효하다. 좋은 자리와 밥을 상대를 위해 준비하고, 친절한 매너로 상대방을 대하는 일은 상대로 하여금 나의 정성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애에서 얻으려는 것은 좋은 경험의 연속을 통해서 마음을 짐작하는 것이 아니라, 애정이 가득한 마음을 상대방으로부터 읽고, 들어서 애정에 대해서 확신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물적, 태도적 요소들은 마음을 파악하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지만, 애정이 담긴 핵심을 지나친 척도로서 마음을 제대로 가늠하는 데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연애를 통하여 얻으려는 애정 가득한 마음을 전달하고, 전달받는 데 유효한 수단일까? 그리고 연애와 동시에 커갈지 모르는 후회의 싹을 틔우지 않는 일은 무엇일까? 단언컨대 진실한 말로 당신에 대한 나의 애정을 표현하고 애정이 담긴 마음을 소통하는 것만이 유효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진실한 말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후회를 남기지 않고, 후회의 싹을 틔우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애정을 이야기하는 진실한 말을 통해서만 좋아하는 당신에 대해서 알 수 있고, 앎으로부터 애정의 소통이 시작된다. 진실한 이야기는 당신을 좋아하고,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며, 어쩌면 당신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말과 그 말에 수반되는 행동에 의해서 발화된다. 따라서 연인을 사랑하고 있노라고 최선을 다하여 말로써 표현하고, 말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만 한다.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니까.
자기가 갖춘 최선의 표현으로 그에 대한 나의 사랑을 이야기해야한다. 이야기하지 않으면 누구도 진심을 알 수 없다. 연인은 서로에게 이심전심의 마음을 바라며, 때때로 직접적으로 그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그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연인에게 바랐던 "나의 의도의 현실화"는 대개 지목한 물질에 한정되기 쉽상이며 자신이 바랐던 것을 현실화시켰다고 믿은 나의 기쁨의 출처는 나에 대한 그의 마음씀에 대한 감사가 만든 구성적 믿음 다름 아니다. 연인에게 온통 집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집중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사실은 해석된 사실일 뿐이다. 곧 사랑하는 이에 대한 자기화한 이해일 뿐이다. 따라서 말하지 않은 연인에 대한 어림짐작은 연인이 이야기하려는 진실된 이야기가 아닐 위험을 항상 내포한다.
따라서 이런 결론이 나온다. "나는 당신이 내게 당신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해주지 못하면, 알 수 없어."
서로의 진심에 자욱하게 드린 안개를 대화를 통해 걷어내기 전에 어림짐작만으로 상대와 교감하기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진실한 말과 말을 따르는 행동보다 상대를 잘 알 수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상대에게 만족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최선을 다해서 표현하고, 애정어린 행동을 해야만 내가 진심을 다하는 방법에 그가 반응하는 방법을 알 수 있고, 나와 그 사이에서 소통이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다. 더욱이 최선을 다한 표현과 행동으로만 서로가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이 둘 사이에서 진정으로 소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방식인지 알 수 있게 된다. 곧 진정한 애정, 사랑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된다. 결국, 연인과 소통하려면 반드시 "참(truth)"을 이야기하여야 한다.
참된 이야기를 통해서만 진정한 소통을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좋은 연애의 기초가 된다.
나의 그는 나의 표현과 행동에 섬뻑 놀라는 눈치다. 경계를 풀고 있지만, 낯을 여전히 가리고 "잠깐 멈춰"라고 이야기한다. 그를 존중한다. 그래서 멈춰서 그가 호흡을 가다듬고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그가 내게 기분좋은 사람이며,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만은 멈추지 않는다. 큰 소리에서 작은 소리로, 길고 직설적인 표현에서 길지 않고 은은한 표현으로 이야기할 뿐 이야기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마음이 흘러넘치더라도, 내게 표현하는 일이 쉬운 일인 것은 아니다. 그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할 때, 그가 나의 마음에 응해 소통하여줄지 나 역시 확신을 갖지 못한다. 그래서 표현과 동시에 큰 불안이 찾아온다. 차라리 이야기하지 않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야기하는 것만이 기우에 불과할지 모르는 불안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야기하지 않아서 나의 마음을 몰라 불안해할지 모르는 그를 진정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그를 만나 데이트하는 날이 밝아온다. 나는 부끄럽고, 불안하지만 그에게 그를 좋아하는 나의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좋은 연애를 만드는 방법이며, 후회의 싹을 틔위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말하라, 말하지 않으면 짐작할 뿐이다. 말하지 않는다면 그 짐작이 나의 마음에 대한 이해일지, 오해일지, 그 미지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나는 결코 통제할 수 없다. 끝과 연속, 그리고 후회가 나의 손에서 벗어나버린다.
연애법 둘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