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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Feb 07. 2023

미움을 대하는 방식

과거에 있지말고, 앞으로 가는 것.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사랑을 지향하며 살아가기에도 언제나 삶의 시간은 모자라다. 그러나 요즘은 문득 미워하는 온당한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고는 한다.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을 결코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공에 분노를 담은 증오의 말을 쏟아내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지는 못했다.


미워하는 마음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미움은 얼마든지 떨쳐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움을 떨치고, 증오를 무감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않으면, 미워하는 마음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자신을 마주해야 한다.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이 나를 채울 때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자신을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타인을 미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는 한다.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은 결국에 가서는 나를 언제나 해치기 때문이다.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을 피할 수 없다면, 미움을 버리지 못해도 미움이 나를 갉아먹도록 두지는 말아야 한다. 그래서 사랑이 아니라 미움에 대해서 생각하고는 한다.


내가 누군가를 미워할 때, 미움이 행동이자 태도가 된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받아들여도 괜찮은 조건은 무엇일까. 


내가 누군가 타인을 미워하려고 할 때, 반대로 누군가 나를 미워할 때 내가 남을 미워하는 방식 그대로 그가 나를 미워하는 상황에서 내가 그를 대할 것 같은 태도가 무엇인지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나가면,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미워할 때'와 '그때의 나의 마음'을 생각해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듯이, 내 행동의 결과를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나의 방식이 타인에 의해서 재현될 때 내가 납득할 수 있다면, 나는 그 미움의 방식대로 타인을 미워해도 될 것 같다.


미워하는 방식과 태도를 스스로 온당한 것이라고 여기고,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과 행동으로 인해 초래될 사건의 전말이 내 생각에 수긍할 수 있고 또 충분히 참을만한 것이라면, 상대를 미워하는 일도 무리 없이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미움을 충분히 감내하는 것이 가능한가? 납득할 수 있는 미움이 있기는 한 것일까?


의미 없는 존재에 대한 미움, 그 모순 같은 상태가 아니라면 불가능할 것 같다. 내가 타인을 아무 의미 없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미움을 생각의 중심에서 밀어낼 뿐이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납득 가능한 미움의 방식이란 없는 것 같다. 그저 거리를 두고, 결국에는 미워한 그 사람을 떠올리지 않는 것뿐, 미움이 나를 손상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타인을 미워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은 것 같다.


결국 미움이 나를 잠식하기 전에 미워하는 사람을 털어내는 것뿐이다. 열심히 살고, 부지런히 즐기고, 성실하게 앞으로 나아가며 과거를 뒤에 두는 방법밖에는 '미움'을 대하는 적절한 방식은 없는 것 같다. 과거에 있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는 말이 정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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