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있지말고, 앞으로 가는 것.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사랑을 지향하며 살아가기에도 언제나 삶의 시간은 모자라다. 그러나 요즘은 문득 미워하는 온당한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고는 한다.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을 결코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공에 분노를 담은 증오의 말을 쏟아내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지는 못했다.
미워하는 마음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미움은 얼마든지 떨쳐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움을 떨치고, 증오를 무감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않으면, 미워하는 마음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자신을 마주해야 한다.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이 나를 채울 때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자신을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타인을 미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는 한다.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은 결국에 가서는 나를 언제나 해치기 때문이다.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을 피할 수 없다면, 미움을 버리지 못해도 미움이 나를 갉아먹도록 두지는 말아야 한다. 그래서 사랑이 아니라 미움에 대해서 생각하고는 한다.
내가 누군가를 미워할 때, 미움이 행동이자 태도가 된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받아들여도 괜찮은 조건은 무엇일까.
내가 누군가 타인을 미워하려고 할 때, 반대로 누군가 나를 미워할 때 내가 남을 미워하는 방식 그대로 그가 나를 미워하는 상황에서 내가 그를 대할 것 같은 태도가 무엇인지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나가면,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미워할 때'와 '그때의 나의 마음'을 생각해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듯이, 내 행동의 결과를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나의 방식이 타인에 의해서 재현될 때 내가 납득할 수 있다면, 나는 그 미움의 방식대로 타인을 미워해도 될 것 같다.
미워하는 방식과 태도를 스스로 온당한 것이라고 여기고,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과 행동으로 인해 초래될 사건의 전말이 내 생각에 수긍할 수 있고 또 충분히 참을만한 것이라면, 상대를 미워하는 일도 무리 없이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미움을 충분히 감내하는 것이 가능한가? 납득할 수 있는 미움이 있기는 한 것일까?
의미 없는 존재에 대한 미움, 그 모순 같은 상태가 아니라면 불가능할 것 같다. 내가 타인을 아무 의미 없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미움을 생각의 중심에서 밀어낼 뿐이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납득 가능한 미움의 방식이란 없는 것 같다. 그저 거리를 두고, 결국에는 미워한 그 사람을 떠올리지 않는 것뿐, 미움이 나를 손상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타인을 미워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은 것 같다.
결국 미움이 나를 잠식하기 전에 미워하는 사람을 털어내는 것뿐이다. 열심히 살고, 부지런히 즐기고, 성실하게 앞으로 나아가며 과거를 뒤에 두는 방법밖에는 '미움'을 대하는 적절한 방식은 없는 것 같다. 과거에 있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는 말이 정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