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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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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Sep 19. 2023

조용하게 살기.

악몽을 종종 꾼다. 이별에 관한 것이다. 어느 날은 유치원 시절 포크댄스를 추던 시점이었다. 음악에 맞춰 함께 춤추는 사람을 바꿔야 했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놓기 싫어했다. 어느 날은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친한 친구가 전학 가던 시점이었다. 쓸쓸하게 앉아 눈물을 흘렸다. 흰색과 검은색이 좌우로 반반 섞인 조던 운동화의 코끝이 운동장의 공허와 하나의 장면을 이루던 기억이 났다. 어느 날은 대학시절, 대학원 시절, 그리고 지금이 되기도 했다.


이별에 관한 꿈이었다. 그러나 사람과의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연결이 단절되는 경험을 했던 낯선 순간에 관한 꿈이었다.


기억에 오래, 그리고 짙게 남은 어떤 인연들이 끊겼다. 나머지 인연의 끈은 대개 헐거워졌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삶의 날실과 씨실로 새로 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몸을 감싸는 직물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가볍게 몸을 감싸기보다는 단단하게 짜여 몸과 직물 사이에 약간의 틈이 있는 같은 옷감을 좋아한다. 부드러운 것보다는 약간은 까슬한 느낌마저 드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다만, 인간관계에서는 그 반대를 지향했다. 따뜻하게 감싸고, 부드럽게 품는 관계를 만들고 싶었다. 서로 다른 것을 지향한 탓인지 가끔 부드럽게 감싸던 열감이 느껴지는 관계에 거리감을 느꼈다.


어색한 모순을 처음 느꼈던 고등학교 시절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무엇을 지향할 것인지,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과 살아갈 것인지. 그러나 공허와 외로움을 짙게 남길 섞일 수 없는 갈등을 정리하지 못했다.


이제야 사람에 대한 열망을 마음의 끝 언저리에 두기로 했다. 헤어질 때, 곧 다시, 그리고 어디에선가 만나자는 말을 거두어들이기로 했다. 관계의 직물과 내 살갗 사이에 틈을 두려고 하는 것이다.


차분하게 글을 읽기로 했다. 오래도록 쓰지 않던 시를 다시 써보기로 했다. 오래 달리고, 온몸이 뻐근해질 만큼 운동을 하기로 했다. 인연에 대한 열망을 품는 시간 대신에 내 안에 무언가 쌓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말을 많이 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이 바깥으로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시 나와 내 주변을 쌓아 올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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