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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May 25. 2017

경청, 다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연애법 열여섯째


    연애하는 동안 연인의 일상에서 연인의 자아를 이루는 조각들을 줍고 한데 뭉쳐 그의 자아를 읽게 된다. 어떤 조각은 서로의 동질성을, 어떤 것은 이질성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자신과 연인의 동질성에서 연인에게 이해받고 인정받는 즐거움을 얻는다. 반면 이질성에서는 이해받지 못하고 연인에게 인정받지 못한 슬픔에 고통받곤 한다. 결국 동질감과 이질감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슬픔이 연애하는 이유를 묻도록 만든다.


    함께 존재하는 즐거움이 슬픔에 전복될 때 연애는 끝을 향한다. 슬픔을 견디는 것이 연애의 일상이 된 이상 연애하는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자아를 할퀴는 슬픔을 견디는 일은 "우리"를 지키기 위하여 꼭 한 번은 필요하며, 더 공고한 '우리'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틀림없이 숭고한 일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자아를 부서뜨리는 슬픔으로 인하여 감정의 총량을 소진하고, '함께 존재함'을 제외하고 연애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슬픔을 참는 노력은 허사가 된다.


    우리 속 '나'의 부재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에 연애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나의 부재를 함축하는 '우리'란 연인의 영향력 아래 일방적으로 지속되는 연애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가 하는 연애는 사실상 "나와 당신"이 함께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당신" 혼자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내가 부재한 우리, 자아의 존재를 타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연애는 불안하기 이를 데 없다. 연인의 결정이 나의 운명을 결정해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애하는 동안 동질성과 이질성에 민감하고, 때로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연인 사이의 이질성에 대처하며 두 자아가 맺는 연애의 양상이 결정된다. 그리고 연애의 진전과 종언이 상당 부분 결정된다. '성격차이'가 공공연한 이별의 이유가 되는 까닭이다. 이질성을 자아에 대한 위협으로만 간주하여 적대적으로 대하면 연인 관계에서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반면에 이질성을 둘 사이에 있을 수밖에 없는 당연한 차이로 받아들이고, 관용의 자세로 대하면 우리로서 협력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연애를 만들고, 유지하려면 이질성에 대처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경청이다. 경청은 이질성에 대처하는 가장 품격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우리는 타자를 말로써 가장 빠르고 명확하게 인식한다. 화자의 말에서 그의 자아가 서사적으로 드러내고, 청자는 그 이야기를 해석하여 화자에 대하여 알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청은 타자가 존재를 드러내는 서사 영역을 침범해서 훼손하지 않겠다는 존중의 의사표시가 된다. 경청은 자신과의 동질성과 이질성과 무관하게 자아를 서사적으로 드러내는 주체로서 동등한 지위를 인정하는 태도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연애에서 경청이 필요하지만 경청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상대의 말에서 핵심을 빨리 파악할 수 있다고 너무나 쉽게 착각하기 때문이고, 타인의 말에서 괴리감을 확인하고, 견디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애관계에서 경청은 더 힘들 수 있다. 연인에 대해 잘 안다고 이미 전제하기 쉽고, 상대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까닭에 이질성이 더 거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청하려면 착각의 돌출을 경계하고, 이질감이 주는 고난을 견뎌야 한다.


    경청은 이질성을 해소하는 근본적 방법은 아니다. 경청은 서사적으로 드러난 자아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청으로 인해 열린 공간에서 자유로운 자아들이 조화를 이루는 것은 경청과는 언뜻 별개의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경청은 이질성이 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줄인다. 곧 경청은 이질성도 인정한다는 메시지로서 존중하는 관계의 기초가 되고 경청의 공간 위에서 자아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차이가 만드는 거리를 좁힐 기회로서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경청은 나와 이질적이라는 이유로 상대를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이더라도 상대의 자아를 동등하게 인정하는 태도로 인내를 통해서 비로소 제대로 할 수 있는 품격 있는 행동이다. 연애는 동질성과 이질성으로 짜인다. 특히 이질성은 우리에게 늘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나와 다른 연인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좀처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질성이 키운 의심에 괴로워하고 불안해지기 쉽다. 결국 좋은 연애를 하려면 이질성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때 경청은 품격 있는 태도로서 효과적이다.




연애법 열다섯째



잘 듣고, 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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