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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완 Aug 05. 2022

에세이라니_퇴사, 이제 해야겠다

요즘 세상이 내게 퇴사하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퇴사. 말만 들어도 설레는 단어다.  밖으로 내미는 순간은  짜릿하고. 나는 4번의 퇴사를 했고, 지금 5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초반  두번은 어려웠는데  이후로는 퇴사가 별로 어렵지 않았다. 경력이 쌓이며  어디서든 일할  있겠지, 라는 자신감이 쌓여서이기도 하고, 아니라고 생각되면 빠르게 접는  나한테  좋다는 것을 많이 체감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4번째 회사는 입사 첫날, 어라 이상한데? 하고 느꼈다. 많은 기업들이 새로 들어오는 직원들에게 회사 연혁을 외우게 하고 애사심을 키우기 위한 정신교육을 시키지만, 4번째 회사는 유독 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회사에 대한 애사심을 키우는  아니라, 마치 종교에 대한 믿음을 강요하는 느낌. 시간이 지날 수록  느낌은  심해졌고, 입사 한달만에 그만뒀다. 나의 퇴사 앞뒤로 경력 이직자 7명이 그만뒀으니 옳은 선택이었던  같다.



 이후로 들어간 5번째 회사는 나름 만족하며 다니고 있는데,  며칠 세상이 나에게 5번째 퇴사를 요구하고 있는  같은 생각이 든다. 얼마  상반기 KPI 제출  팀장님과 면담이 있었다. 회사에 대한 이야기, 일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 들을 하다가 팀장님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뜬금없는 말을 했다.



"오해 하지 말고 들어. 내 친구 ㅁㅁ이 알지? 00회사 마케팅 팀장. 걔가 이번에 다른 회사로 가게 됐거든. 그래서 그 자리 후임을 찾고 있는데 딱 우리 연차 정도 찾고 있더라고. 근데 그 회사가 진짜 괜찮거든."



~하지말고 들어, 라는 말은 당연하게도  그렇게 듣게 된다. 팀장과 나는 1 밖에 연차 차이가 나지 않고, 그는 ' 연차' 아닌 '우리 연차' 라고 지칭하며 말을 했다. 오해고 뭐고  필요도 없이 나는 피식 웃으며 '저요?' 라고 되물었다.


"아니, 내가 어떻게 우리팀 사람을 거기 추천하니~ 오해하지 말고 들으라고 했잖아. 근데 거기 회사가 진짜 괜찮더라고. 워라밸도 좋고 보상도  챙겨주고. 회사는 선릉이고. "


나는 선릉역에서 세정거장 떨어진 동네에 살고 있다. 도대체 어느 부분을 오해하지 말고 들으라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시 웃으며 ‘저네요? ‘ 하고 되물었지만 팀장은 여전히 손사레를 쳤다. 주변에 친구들 중에 생각있는  있는지 물어볼게요, 하고 면담을 끝내고 나왔지만 묘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지금 나가라는 ,  알아들은건가?



그리고 나서 며칠이 지난 오늘 헤드헌터 연락을 받았다. 업계가 좁고, 인력이 부족한지라 헤드헌터를 통한 연락은 꾸준히 있었지만 그간 흔들리지 않았는데 오늘은 문득 궁금해졌다. 살짝 들은 연봉이 꽤 높기도 했고, 내가 싫어하던 사람이 빠진 자리라고 해서 그렇기도 하고.



가까운 지인이 얼마  가게를 오픈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이 이야기하고 홍보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한마디씩 덧붙인다. 이제 회사 그만두고 거기서 같이 일하는거야? 물론 팀장님 포함 회사 사람들도.



이정도면 퇴사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할  다. 동시 다발적으로 몰려오는 퇴사의 기운이 느껴지지만 아직 그럴 마음은 없다. 언제나 나의 퇴사는 '여기서 더는 안되겠다'라고 생각할  다. 그럴때마다 도망치듯이 퇴사를 했는데, 5번째 퇴사만큼은 ‘이제 이걸 해야겠다' 라고 생각할  하고 싶다.  것이 아닌 떠밀리듯 도망치듯  이직은 결국 오래 가지 못하고 다시 도망칠 곳을 찾게 된다. 나는 더이상 이직이 아닌 ' ' 찾고 싶다. 그리고  일을 찾았을 , 5번째 퇴사를 하고 싶다. , 이제 퇴사 해도 되겠다, 하고.


그래서 세상이 떠밀고 있지만 당분간은 퇴사 하지 않을 생각이다.


**  글은 출판사 마저에서 진행하는 <에세이라니>  모임에서 주제 “퇴사라니”에 맞춰  글입니다.

<에세이라니>  모임은 일주일에   모여서     다른 주제를 나누고, 각자 글을 쓰는 모임으로,  모임에서 다같이  글은 추후 출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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