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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완 Jul 15. 2022

직접 채밀한 꿀로 술을 만들자!

4주 체험 수업의 결과물은 소중한 꿀, 그리고 술

체험수업은 한달, 4주 코스였다. 간단한 이론을 통해 벌들의 생태계를 배우고, 벌을 키울 때 알아야할 것들을 배우고, 질병으로부터 지키는 것들을 배우지만 그런 건 다 까먹는다. 양봉수업은 2번의 이론 수업, 3번의 현장 수업과 마지막 시험과 꿀 채밀로 이루어져있었는데 당연하게도 3번의 현장수업이 제일 재밌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4월의 양봉장은 마치 햇살 좋은 소풍 장소 같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방충복을 입고, 장갑을 끼고 벌들을 보러 간다. 여왕벌은 잘 있는지, 여왕벌이 알은 잘 낳았는지, 벌들도 먹고 나도 먹을 꿀은 충분한지, 질병은 없는지 살펴본다. 벌통을 너무 오래 열어놓으면 벌들이 사나워지기 때문에 벌통은 빨리 보고 닫아야 하는데 초보자이자 아직 벌 보는게 좋은 나는 천천히 하나하나 보곤 했다. 2번째 수업부터는 겁이 더 없어져 장갑을 벗고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곤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의 패기이긴 했지만 그땐 정말 두려운 게 없었다. 양쪽 다리에 꽃가루를 매달고 벌통을 기어다니는 꿀벌은 귀엽기만했고, 얼굴 주변을 위잉 거리며 날아다녀도 모기와 달리 감미롭기만 했다.



다행히 쏘인 사람 없이 4주의 수업이 무사히 끝났고, 마지막 수업이 다가왔다. 마지막 수업은 채밀과 시험이었는데 지난 3주간의 실습에서 타고난 양봉왕임을 자각한 나는 시험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꿀을 얻어갈 생각에만 신나서 갔다. 그리고 시험지를 받아보고 처참한 표정을 지었으며, 추후에 재 시험을 쳤다. 삼십몇살에 공부 안해서 재시험이라니 … 여러모로 양봉은 내게 신선한 경험을 주고 있었다.



시험을 치른 이후에는 모두가 기다린 채밀 시간, 꿀을 직접 수확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문 양봉인과 달리 우리는 다 수작업으로 꿀장에서 꿀을 털어내야 했다. 꿀장을 안에 넣고 사람이 직접 손으로 돌려서 원심력을 이용해서 빼내는 기계였는데, 기계를 돌려 꿀이 빠져나오기 시작하자 강의실 안에 아까시 꿀향이 가득 찼다. 향기로우면서도 진득한 냄새. 그간 내가 마트에서 사먹어본 꿀과는 차원이 다른 꿀이 흘러내리고 가득차고 있었다.

꿀비가 내리는 모습


투명한 병에 황금빛 꿀을 두병 받아왔다. 그리고 목표했던 대로 술을 잘 만드는 지인과 그 꿀로 미드를 만들었다. 달콤한 꿀에 비율을 맞춰 물을 넣고, 효모를 넣고, 색을 내줄 라즈베리를 섞는다. 그렇게 완성된 아름다운 붉은 빛의 라즈베리 미드는 기존의 미드 대비 아주 훌륭한 향과 맛을 냈다, 라고 하면 좋았을텐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수확한 꿀로 만든 미드라 그런지 더 깊이 있게 느껴지고, 한모금 한모금이 더 애착이 갔다. 일부러 작은 병에 담아 주변에 선물을 하고, 나 역시 그 작은 병에 담긴 미드를 아끼고 아껴서 마셨다. 그리고 만든 미드를 다 마시기 전, 나는 1년짜리 실전반 수업을 신청했다. 체험이 아니라 제대로 한번 키워보고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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