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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완 Jul 18. 2022

꿀벌의 매력에 빠진 건 술 때문만은 아니었다

양봉을 배우고 다시 본 영화 <꿀벌대소동> 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양봉을 배운다고 했을  주변의 반응은 다양했다. 가장 많은 반응은 “?” 이라고 되묻는 사람들이었고, 별이 아니라 벌이라고 하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별도 아니라 벌레를  굳이 보러가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맞는 말이지만 벌레라고 칭하면 왠지 기분이 나쁘다.솜털이 보송한 꿀벌이 얼마나 귀여운데!!) 무섭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았다.



술김에 결정한거긴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벌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당연히 무섭기는 했지만 벌레라고 생각되거나 징그럽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꿀벌은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로 많이 접했고 귀여운 이미지가 강해서 그랬던  같다. 양봉 수업을 신청하고 제일 먼저 머릿속에 ‘꿀벌이 나오는 영화가 뭐가있지?’ 하고 생각하기도 했고, 실제 양봉장에 처음 가던  아침 영화 ‘꿀벌 대소동 보고 가기도 했다. 막상 보고 나서  애니메이션은 실제 꿀벌의 생애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에 충격받기는 했지만.



꿀벌대소동의 주인공은 배리라는 일벌이다. 평생 꿀만 만들며 살아야하는 일생에 회의감을 느껴 벌집 밖을 벗어나게 되는 캐릭터인데, 유재석이 더빙을 맡아 이슈가  캐릭터였다. 유재석이 더빙을 맡았다는 것부터  애니메이션은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일벌은 모두 암컷이다. 즉 유재석이 더빙을 맡은 배리 역시 일벌이라면 암컷이어야 한다. 벌의 세계에서 수벌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태어나서 일벌들이 주는 꿀을 먹고, 일벌들이 청소해주는 집에서 살다가 여왕벌과 함께 비행을 나가 교미를 하고 생식기가 잘려 죽는다. 어떻게 보면 부럽고 어떻게 보면 처참한 삶이다.



일벌과 여왕벌은 둘다 암컷이지만 극단적으로 다른 삶이 흥미롭다. 일벌은 번데기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일을 하고  45 정도밖에 살지 못하지만 가장 주체적이다. 청소를 하고, 육아를 하고, 꿀과 꽃가루를 구해오며 집을 지키기도 한다. 여왕벌을 모시기도 하지만 여왕벌이 알을  낳지 못하면 내쫓고 새로운 여왕벌을 만들기도 한다. 여왕벌은 2년에서 5년 정도를 살지만 교미 비행 외에는 밖을 나가지 못한 채 평생 알만 낳으며 살아야 한다.


꿀벌의 세계에서 진짜 왕은 여왕벌이 아니라 일벌일지도 모른다.



여왕이지만 알만 낳다 죽기도 하고, 태어나 아무일도 안하다 교미만 하고 죽기도 하고, 일만 하지만 때로는 쿠데타를 일으키기도 한다. 봄에 태어난 일벌은 45 정도를 살지만 겨울에 태어난 일벌은 최대 6개월까지 산다. 알면 알수록 벌의 생애는 새롭고 때로는 인간의 삶을 투영하는  하다. 단순히 꿀만 얻어가는  아니라 작은 벌집 안에서 사회와 삶의 단상을 보기도 한다. 이게 내가 꿀벌에게 빠진 진짜 이유이다. 꿀벌을 키우는데 필요한 지식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는 느낌. 앞으로 1년간 꿀벌에 대해 알아가며  어떤 새로운  알게 될까.



1년 실전반 수업은 9월부터 시작이었다. 4월 체험반이 끝나자마자 실전반 신청을 한 나는 또 하염없이 가을을 기다리며 다시 수업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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