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오늘도 그분이 오셨다. 피곤이라는 이름의 이분은 어김없이 찾아와 몸과 마음을 휘젓고 간다. 눈꺼풀은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어깨는 축 늘어진다. 긴 겨울잠이 고픈 짐승처럼 나는 어딘가 깊은 나락으로 빠져든다. 그 속은 어둡고 고요하지만, 결코 편안하지 않다.
며칠 후에는 한파가 온다는 소식이 일기예보에 떴다. 그런가 하면 지난 주말에는 큰 눈이 내렸다. 몸이 먼저 날씨를 아는 걸까. 턱이며 허리가 돌아가며 쑤시고 결렸다. 이 통증은 한 번 느끼고 마는 것이 아니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피곤함은 여전히 낯설고 버겁다. 특히 오늘처럼 며칠 전에 주사를 맞은 뒤라면 이 피곤함이 더욱 기세를 떨친다. 날씨가 안 좋으면 그 기세는 가히 천하를 삼킬 법하다. 아니, 천하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 몸 하나쯤은 완전히 점령하고야 만다.
눈이 자꾸 감긴다. 그분이 내 옆에 오신 걸 온몸으로 느낀다. 어쩌면 그분은 내게 평온을 주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너무 저항하지 말자. 그분께 조용히 항복하고, 기다리자. 그분이 떠나갈 그날을. 언젠가 떠난 뒤, 몸이 가벼워질 그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