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VS 맥
오랜 시간 동안 미뤄둔 일이 있다. 서랍 속 깊이 구겨 넣어 둔 방학 숙제처럼. 바로 새 컴퓨터를 구입하는 일이다. 오래전 내 윈도우 데스크탑은 소리 없이 죽었다. 사진 편집을 도맡았던 아이맥도 이제 기운 없는 노인이 되었다. 숨은 붙어 있지만, 언제 꺼질지 모를 정도로 힘겹다.
윈도우 데스크탑을 새로 장만하려니, 비디오 카드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 있다. 손이 가려다가 멈춘다. 간신히 끊어낸 게임의 유혹을 다시 마주할까 두려운 것도 있다. 그렇다고 맥북프로를 살 용기도 없다. 아이맥으로 실패했던 기억이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아직 맥이 익숙하지 않다.
사진 편집만 하자고 400만 원을 써야 할까. 이 돈이면 근사한 해외여행도 다녀올 수 있다. 그렇게 또 한 해, 두 해가 흘렀다. 미루는 동안, 컴퓨터가 아닌 내 고민만 쌓여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윈도우냐, 맥이냐. 황야의 한가운데에서 마주 선 두 인물처럼. 어느 쪽이 보안관이고, 어느 쪽이 불한당인지 알 수 없지만, 이제는 결판을 지을 때다.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눈앞에 서 있는 선택의 순간이 모든 걸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