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열 Feb 16. 2022

분실

잃어버린다는 것

며칠 전, 급하게 미팅을 하러 가던 중 역삼역 근처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

역까지 내려준 선배 차에도, 늦을까봐 잡아 탄 택시에도, 미팅 장소까지 뛰었던 그 길에도 지갑은 없었다.

조금만 여유롭게 갈 걸. 한 번만 확인해볼 걸.

자책과 자괴를 느끼며 한참을 우울해했다.

선물 받은 지갑에 재발급해야 하는 각종 카드, 거기에 구정에 받았던 복돈들까지

잃어버린 것들에 한참을 아쉬워했다.


"지갑 안에 명함도 있고, 분명히 누군가가 줏었을 텐데. 현금 다 가져도 좋으니까 연락이라도 해주지. 참 세상 야박해"

투덜대는 내 말에 엄마는 이렇게 답했다.

"어차피 지갑 찾기는 글렀으니 네 지갑에 있던 돈이 정말 필요했던 누군가에게 전달됐기를, 이 추운날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자"

"아니지 그건 도둑질이고 불법인데. 그리고 내 지갑에 있던 것들은 내가 제일 필요할걸? 이 추운날 제발 더 추운데서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갑이 안돌아오나보다"




아무래도 엄마랑 내가 같은 생각을 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시인들이 죽은 사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