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의 양푼비빔밥

날치알 꼭 넣으세요!

by 우아옹

신랑은 회식

딸내미는 친구집

처음으로 아들 둘과의 저녁식사다.

마음은 만찬을 준비하고 싶었느냐 감기기운으로 헤롱헤롱해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다.

대충 배달을 시킬까 잠깐 고민했지만 아프면 집밥을 해먹이고 싶은 요상한 마음에 계란프라이 2개와 냉장고에 있는 할머니표 김치를 꺼냈다.

한 끼 때우기엔 계란밥만 한 게 없다.

하지만 우리 집 메뉴 중 빈도수가 높은 계란밥은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오늘은 계란밥이라는 것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밥 따로 계란 따로 접시에 담았다. 빠지면 서운한 김도 놓았다.

"엄마 또 계란밥이야?" 할 거 같아 양심상 참기름은 꺼내 놓지 않았다.

"자~ 밥 먹자~"

식탁을 쓰윽 본 막둥이가 "엄마, 우리 밥이랑 계란이랑 김치랑 넣어서 해 먹자"하더니 주방으로 가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

"계란밥?"(눈치빠른 막둥이에게 걸렸나.)

"아니 그거 말고 따로 이름이 있었잖아, 그때 엄마가 해주면서 나물도 넣어야 한다 했고~"

"나물비빔밥?"

"아니~ 빨간색으로 아주 매워서 호호하면서 먹은 거"

"고추장나물비빔밥?"

"아니~~ 엄마가 학교 다닐 때 몰래 쉬는 시간에 먹다가 냄새 때문에 걸렸다고 한 거"

"아~ 양푼비빔밥?"

"맞아!"

다행히 스무고개까지는 안 가고 답을 맞혔다.

"근데 굳이 양푼에 안 넣고 큰 그릇으로 해도 돼"

"아니야! 양푼비빔밥인데 양푼으로 먹어야지!"


얼마 전 엄마가 봄이라고 봄나물반찬을 잔뜩 해주셨는데 아이들이 먹질 않아서 비빔밥을 해 준 적이 있다.

그냥 주면 나물 있다고 안 먹을 거 같아서 나름 날치알과 스팸을 넣어 나물비밤밥 아닌척하고 줬다.

그리고 "엄마 때는 말이야~"하면서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몰래 먹었던 양푼비빔밥 썰을 조잘조잘 풀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밥, 김치, 나물, 김가루, 참기름, 고추장을 양푼에 넣고 마구 비벼 서로 한입씩 먹여 주었던 추억을 한 스푼 넣어주니 마치 자기들이 몰래 먹던 우리들처럼 낄낄거리며 신나게 먹었다.

덕분에 그날 나물 양푼비빔밥은 완판 되었다.


오늘은 본인이 만들겠다며 양푼을 가져와 밥을 먼저 깔고 그 위에 계란이불을 덮고 빨간색 배추김치와 초록색 파김치 그리고 손맛을 느끼라며 김가루까지 손으로 곱게 으깨서 넣어주는 막둥이다.

숟가락 2개로 이리저리 휘저어 탈출하는 밥들이 더 많았으나 우리 셋은 "잘한다, 잘한다"하며 낄낄거렸다.

한 숟가락만 얻어먹겠다던 형아가 맛있다며 '막둥이요리사'라고 칭찬해 주니 더욱 신난 막둥이다.

신나게 다 먹더니 의아하다는 듯 물어본다.

"근데 양푼이 뭐야?"

"........."

(양푼을 고집한 이유가 뭐니?라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매운거 잘 못 먹는 막둥이는 비빔밥 한번 물 한번 먹는다.


"막둥아, 재미있는데 이거 엄마 글감으로 글 써도 돼?"

"어, 근데 마지막에 알(날치알) 꼭 넣어서 먹으세요라고 알려줘, 오늘도 맛있었는데 저번 비빔밥이 더 맛있었거든"


친절한 막둥이요리사께서 말씀하셨다.

양푼비빔밥엔 날치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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