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남매의 수호천사가 된 민북이

이젠 안녕

by 우아옹
2022년 8월 10일
민북이가 처음 우리 집 식구가 된 날이다.

2023년 6월 14일
민북이가 삼 남매의 수호천사가 된 날이다.



우리 집의 절대원칙
더 이상의 생명체는 이 집안에 들어올 수 없다.
이미 수용인원 초과이며,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생명체는 너희 셋으로 충분하다.


반갑다. 민북아

2022년 8월 10일

삼 남매의 아부지, 할무니, 할부지가 동시에 코로나에 걸렸다.

임시수용소가 된 친정집에 삼 남매 아부지는 합류했다.

(아프다는 사람의 표정이 좋아보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덕분에 난 일주일을 꼬박 독박육아에 당첨되었다.

코로나 검사를 했지만 음성판정이 나온 삼 남매는 이틀간격으로 열이 38도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코로나도 안 걸린 내가 정신줄을 놓을 판에 아이들이 책에서 본 거북이를 사달라고 졸랐다.

우리 집의 절대원칙이고 뭐고 나부터 살아야겠다.

삼 남매를 이끌고 마트로 갔다.

'거북이는 보통 30년 정도 살아요. 물만 갈아주면 신경 쓸 것도 없어요."

판매원의 말과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삼 남매.

결국 물은 삼 남매가 돌아가며 갈아주는 것을 약속하고 거북이를 모셔왔다.

열이 오르내리던 삼 남매의 표정이 해맑다.

막둥이의 드림보드에는 민북이 28살까지 키우기라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삼 남매는 거북이를 키우고 싶다고 유튜브와 책을 보며 공부한 막둥이의 이름 첫차와 거북이의 '북'을 합쳐 민북이라는 이름을 새로운 식구가 된 거북이에게 선물했다.

동물을 싫어라 하는 나도 조그마한 민북이가 귀엽다.

아침, 저녁으로 "민북아 안녕!" 하며 인사를 나누는 일상도 나름 재미있다.

거북이의 암수 유무는 꼬리로 알 수 있다 하여 유심히 살폈지만 꼬리가 너무 짧아 보이지 않는다.

막둥이는 민북이 책을 만들어 데리고 온 날을 생일이라고 큼직 막하게 적어 놓았다.


식구가 되어서 그런건지, 아이들이라 그런 건지 민북이에 대한 폭발적 애정은 점점 일상이 되어 익숙해졌다.

매일매일 물을 갈아주겠다며 서로 다투던 삼 남매는 어느 순간 순번을 정해서 이틀에 한 번씩 하는 것도 벅차했다.

물이 탁해질 때쯤 엄마의 잔소리에 민북이를 찾을 뿐이다.

민북이는 점점 외로웠을 것이다.


민북이를 처음 만난 날


민북이를 만나기 위해 막둥이가 공부한 흔적



잘 가, 민북아

2023년 6월 14일

내일은 둥이들이 학교에서 체험수업으로 키자니아를 가는 날이다.

선생님이 8시까지 등교하라고 했다며 8시 반부터 취침모드에 들어간 둥이들

한 침대에서 자기들끼리 자겠다며 엄마는 쉬라고 호기롭게 들어가더니 쑥떡쑥떡 수다 삼매경이다.


오랜만에 동생들보다 늦게 잘 수 있다는 행복감에 큰아들이 민북이에게 가서 얘기한다.

"오늘은 특별히 내가 목욕시켜 줄게~"

잠시 후 큰아이의 외침이 들린다.

"엄마, 민북이가 안 움직여"

민북이는 워낙에 활동성이 작은 아이다.

가끔 안 움직여서 손으로 톡톡 치면 움직이는 아이였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톡톡해봐~"했다.

하지만 곧 큰아이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북이가.... 흐물흐물해"

소리에 수다 삼매경이던 둥이들까지 뛰쳐나왔다.

축 쳐진 민북이.

분명 아침에 인사할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삼 남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각자의 침대에 들어가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크게 울지 않는 큰아이가 큰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하자 둥이들의 흐느껴 울던 울음소리도 덩달아 커졌다.

"우리가 잘 돌보지 않아서 그래~"

"민북이 지옥에 가면 어떡해?"

"민북이도 우리 식구인데 그럼 우리 식구가 죽은 거잖아!"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해 삼 남매의 침대 여기저기만 왔다 갔다 하는 엄마를 보며 삼 남매는 오열했다.


"괜찮아. 민북이는 천국 갈 거야,

그곳에서 너희 삼 남매를 위해 수호천사가 되어 보고 있을 거야"

영영 떠난 것이 아니라 수호천사가 되어 옆에 있을 거라는 말이 위로가 되었는지 큰소리의 울음은 조금씩 자자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민북이의 사후 문제에 대해 흐느끼며 의논하는 삼 남매다.

마땅히 슬픔을 맘껏 누리게 해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리 식구였던 민북이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그러나 엄마인 나는 내일 아침 8시까지 가야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었다.

민북이의 죽음이 모두 자기들 탓으로 생각하는 삼 남매에게 민북이가 그렇게 생각하면 속상할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위로를 하며 잠을 재촉했다.

삼 남매는 그렇게 한참을 울다 잠이 들었다.


잠든 삼 남매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민북이에게로 갔다.

처음과 달리 길쭉해진 꼬리는 축져져 있다.

암수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민북이의 꼬리를 한참을 지켜보다 통에 따뜻한 물을 담아 민북이를 넣어줬다.

힘없이 둥둥 뜨는 민북이.

민북아 고맙고 미안해.


다음날 아침, 걱정과 달리 삼 남매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새벽같이 일어나 등교준비를 했다.

평소보다 훨씬 쾌활한 모습, 체험학습으로 신난 모습이 역력했다.

'휴~ 다행이다.' 알 수 없는 안도를 하며 둥이들과 학교로 이동했다.

학교에 다 와 갈 때쯤 딸내미가 말한다.

"엄마, 민북이 우리 없을 때 엄마랑 아빠가 둘이 묻어주러 가지 마! 우리랑 같이 가야 해"

'아 잊지 않고 있었구나, 단지 내뱉지 않았구나'

"그럼~"

최대한 밝게, 아무렇지 않게 대답해 본다.



민북이 비석으로 어디선가 돌멩이를 찾아와 올리면서 큰아들이 얘기한다.

"속상함을 같이 묻었어. 그래도 조금 속상하네"


그렇게 민북이는 우리의 수호천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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