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추는 카메라가 있다면?
영혼 없는 다정함
육아 관련 예능프로에서는 보통 아이의 모습을 비추기 위해 부모 머리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는다.
예전 한 프로에서 당연히 아이를 비추는 줄 알았던 카메라가 실제는 반대로 아이를 보는 부모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며, 아이보다도 더 해맑게 웃고 있는 부모의 표정에 나도 모르게 미소 지었던 기억이 있다.
만약 나를 비추는 카메라가 있다면?
나도 분명 꼬물꼬물 한 삼 남매의 모습을 보며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으리라.
하지만 오늘 난 봐서는 안될 것을 봐 버렸다.
매일 해야 하는 숙제인데 매일 하기 싫어 미적거리는 아이를 보며 슬금슬금 마음속에 무언가 올라왔다.
잔소리 포격이 나오기 전에 인내심이리는 큰 돌덩어리로 꾹 눌러 내렸다.
그런 엄마마음을 알리 없는 아이는 엄마와 같이 씻겠다고 애교를 피운다.
마지못해 함께 들어갔다.
사실 더 이상 징징대는 소리를 들으면 꾹 눌러두었던 돌덩어리가 화산처럼 폭발할 거 같았다.
그건 나조차도 무서운 일이다.
조잘조잘 떠들어대는 아이와 함께하는 샤워가 그다지 즐겁게 느껴지지 않는 뒤끝 있는 엄마다.
그래도 나름 잘 참았다 생각했다.
아이의 머리를 말려주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토록 무표정한 모습으로 그리도 영혼 없이 다정한 말을 내뿜고 있다니.
내가 아이라면 속으로 말했을 거 같다.
'이럴 거면 웃지나 말지'
김종원작가님이 올려주신 글을 보고 울컥했다.
그랬구나.
매일 용서를 해주었기에 아침마다 해맑게 나를 보고 웃어주었구나.
고맙다.
그런 무표정의 다정함이라도 아이가 받아줄 때 감사하게 생각하자.
아이가 거리 두기를 하기 전에 신뢰할 수 있는 엄마로 되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