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무수히 실패할 너에게
그건 실패가 아니라 경험이라고 부르면 된단다.
by
우아옹
Jun 9. 2023
라푼젤처럼 긴 머리를 하고 나풀나풀 다니고 싶은 딸내미는 배우는 걸 좋아한다
.
측정기가 고장 날 듯한 데시벨의 목소리를 가진 딸내미는 어디 가서나
"안녕하세요!"
를
밝게
외치는 아이다.
그런 딸내미가 엄마의 복직을 앞두고 마치 본인이 몇 년 만에 익숙하지만 낯선 곳으로 나가야 하는 복직자처럼
우울해한다.
(덕분에 엄마는 우울할 틈이 없다. 얘야, 엄마가 좀 우울하면 안 되겠니?)
그렇게 좋아하던 미술학원까지
엄마랑 헤어져있는 시간이 싫다며 안녕했다.
그러고는 다른 친구 엄마들은 일을 안 가는데 왜 엄마는 가야 하냐며 시도 때도 없이 울먹울먹 한다.
마음을 숨기지 않고 표현해 주는 딸내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려 한다.
그런 마음과 달리 현실
엄마는 지친다.
집에 손님이 올 때마다 금박으로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검정띠를
메고 나오는 막둥이의
요즘 최애는 합기도다.
주 3회 합기도는 막둥이가 제일 좋아하는 학원이다.
학원을 모두 끊은 딸내미는 엄마 복직 후 막둥이가 합기도 가는 시간에
자기의
거취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돌봄 교실과 도서관이라는 선택권이 있었지만 딸내미는 뜻밖의 선택을 했다.
엄마, 합기도 다녀볼래!
체험수업을 가서 1시간 동안 방긋방긋 웃으며 열심히 구르고 뛰더니 땀을 뻘뻘 흘리며 나왔다.
"오랜만에 운동하니 좋네! 내가 운동학원 다닐 때도 되었으니 다녀볼게"
6살부터 하던 발레를 올해 초 그만둘 때 운동은 계속하는 게 좋다는 나의 조언을 여기다 갖다 붙인 딸내미는 당장 내일부터 도복을 입고 들어가겠다는 기세다.
딸내미의 최대 장점은 용기 있고, 선택한 것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비록 주 3회 1시간씩 혼자 있는 것이 싫어 선택한 궁여지책일지라도 이러한 용기 있는 발언은 부모로서 항상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다음날
도복 입고
옆 구르기 하는 거 너무
멋있지 않냐며 막둥이와
땅바닥에서
구르는 시늉을 하며 신나게
학원으로
향했다.
'띵동~
엘리베이터가 문이 열렸습니다.
'
용기 있던 마음을 엘리베이터에 두고 내린 딸내미는 멈칫하며
말한다.
"엄마, 근데 오늘은 정말 하고 싶은데 다음엔 안 하고 싶으면 어떡해?"
"등록하면 한 달은 해야지~ 해보고 정 맘에 안 들면 한 달 뒤에 안 해도 되고"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여기서! 갑자기! 눈물을?' 하며 잔소리 폭격을 시작하려는 찰나 딸내미가 울먹이며 이야기한다.
"했는데 하기 싫어서 실패하면 어떡해?"
고작 9살 아이의 입에서 실패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마음이 철렁한다.
무언가를 결정하면 끝까지 잘하고 싶어 하는 딸내미는 중간에 자신의 마음이 바뀔까 봐 덜컥 겁이 나서 망설이고
있는 거다.
"중간에 하기 싫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
"힘들어서 하기 싫으면 실패하는 거니깐 걱정되지!" 하면서 꺼억꺼억 소리까지 내며 울어버린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이리 울어야 하는 건가'라는 말이 먹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화장실 물을 내리듯 꾹 눌러
마음속으로 시원하게 내려버리며 말했다.
"
그게
걱정이구나, 괜찮아, 그건 실패가 아니야~
무엇인가 배울 때 항상 재미있기만 한건 아니잖아. 힘들 때도 있을 수 있어. 그렇다고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래도 지금 용기 있게 도전하고 싶어서 온 거잖아! 그건 정말 멋진 거야"
"응, 지금은 재미있어서 하고 싶어!"
"그럼 해도 돼, 도전하는데 실패는 없어, 경험만 있는 거야"
"힘들면 어떡해"
"그것도 좋은 경험이지"
"근데 도전하고 싶은데 오늘은 용기가 안나"
"괜찮아, 그런 마음이 들어도 괜찮은 거야, 용기 날 때 다시 하면 돼"
"그럼 오늘은 구경할래"
결국 우리는 30분 넘는 고민 끝에 창문너머로 구경만 하기로 합의했다.
오빠와 막둥이를 보고 있는 딸내미
중간중간 나와서 밖은 더우니 시원한 도장으로 들어오라며 위로와 용기를 건넨 선생님 덕분인지, 주절주절 떠든 엄마의 조언 때문인지
그나마
눈물을 그치고 편안한 얼굴로 구경을
해주니
고맙다.
'휴~ 잘 넘겼다'하고 있는데 수업종료 10분 남겨놓고 딸내미가 말했다.
"엄마, 지금 들어가면 안 돼?"
'아 진짜'라는 말이 또다시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최대한 순화해서 내뱉었다.
"엉, 그건 아니야~"
"오늘 도복은 입고 싶은데"
"....."
(
물 내려? 말아?)
얘들아
~
살다 보면 실패라고 느끼는 순간이 무수히 많이 찾아온단다.
하지만 그건 절대 실패가 아니야.
그건 아주아주 소중한 경험이야.
좋은 경험이든 안 좋은 경험이든 앞으로 너희들이 살아가는데 모두 큰 힘이 될 수 있단다.
사실 엄마도 맨날 실패와 경험을 구분 못해서 동동거린단다.
그렇게
마음근육이 자라는 거라고 우리 믿자!
keyword
실패
경험
합기도
Brunch Book
그런 날이 있다
07
엄마체력 Game over
08
사춘기인 듯 사춘기 아닌 너
09
앞으로 무수히 실패할 너에게
10
나를 비추는 카메라가 있다면?
11
마흔이 되어 98학번 너에게 속삭인다
그런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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