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맥가이버를 소개합니다

우리 집 젊은이 예찬론

by 우아옹
뜨뜨뜨뜨뜨뜨뜨뜬 뜨드든~


어릴 적 티비 앞에 나를 이끌어 놓던 BGM이다.

뭔가를 만지고 고치는 거에는 재능이 눈곱만큼도 없던 나는 맥가이버를 보며 항상 감탄했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여전히 나는 고치는 것보단 망가지게 만드는 손을 가졌지만 괜찮다.

우리 집 젊은이 맥가이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사 오면서 근처에 가서 손만 움직이면 뚜껑이 열리는 휴지통을 선물 받았다.

어느 날 아무리 손을 가져가서 휘휘 휘둘러도 열리지가 않았다.

없을 땐 몰랐는데 쓰다가 안되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게 고장 난 것을 알면서도 매번 휴지통 앞에서 손을 휘휘 젓고 있다.

이럴 때 우리 집엔 맥가이버가 등장한다.

'뜨뜨뜨뜨뜨뜨뜨뜬 뜨드든~'

아이들을 재우러 들어간 사이 맥가이버는 전동드라이버 하나를 들고 와서 뚝딱뚝딱 고치기 시작한다.


다음날 휴지통에 가서 습관적으로 휘휘 젓던 아이들이 자동으로 올라오는 뚜껑을 보고 깜짝 놀라며 외친다.

"아빠 최고!"

아빠가 했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맥가이버를 알고 있다.

맥가이버 작품



"빅스비 거실 커튼 열어줘"

"빅스비 안방 에어컨 켜줘"

우리 집은 손보다 말이 빠르다.

말만 하면 커튼이 열리고, 말만 하면 에어컨이 켜진다.

우리 집에 방문한 지인들은 하나같이 업체를 부르지 않고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며 물어보곤 한다.

사실 난 답변 하기가 어렵다.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기계치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첨단시설을 누리며 살고 있는 건 다 우리 집 맥가이버 덕분이다.

부업을 해보라는 내 말에 본업이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버럭 하는 맥가이버이지만 말이다.

그냥 뭐 기술이 아까워서 그런 거지 다른 사심은 없다고 살짝꿍 한 발 물러섰지만 참으로 믿음직하다.




우리는 친정, 시댁, 내 동생네까지 한동네에 모여 살고 있다.

처음 우리 식구가 이사를 오면서 한 집 한 집 모여 집성촌을 이루게 되었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맥가이버에게 수리요청이 들어온다.

한집에서 수리요청이 들어오면 맥가이버는 양가집을 모두 돌아보고 동생네에도 필요한지 물어보곤 한다.

그리고 좋은 것이 있으면 요청이 들어오기 전에 먼저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주기도 한다.

나는 쉽지 않은 일을 한 번도 투덜거리지 않고 15년째 하고 있는 우리 집 젊은이 맥가이버를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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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화장실 물이 잘 내려가는데 왔다 갔어?"

"네, 점심시간에 잠깐 갔는데 안 계셔서 고치고 왔어요"

이소리는 15년 전부터 내려오는 우리 집 사위와 장모님이 자주 이야기 나누는 소리입니다.



사진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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