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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마음이 변하니?

새벽이 주는 기적

by 우아옹


오전 9시 전 아이들이 모두 등교했다.

깨끗하게 치워진 집에서 여유 있게 책을 읽고 있다.

이건 기적이다.

오늘 아침 여러 번의 기적이 나를 찾아왔다.




분주한 아침.

아이들에게 어떠한 협박(?)도 하지 않고 일상을 시작했는데도 아이들은 여유 있게 식사를 하며 좋아하는 영어 동영상까지 보고 등교를 했다.

스스로 입고, 먹고, 씻고, 하는 덕분에 난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왜 이걸 못했을까?

그 원인은 내 잔소리다.

물론 난 잔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애정 가득한 조언이었다.

"빨리 일어나라" 지금 안 일어나면 정말 늦을 거 같으니까

"빨리 먹어라" 빨리 안 먹으면 못 먹고 갈 거 같으니까

"빨리 입어라" 내복을 입고 학교에 갈 수는 없으니깐

나의 애정 가득 담은 이야기들이 아이들에겐 소음이자 자신들을 믿지 못하는 다그침으로 들렸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잔소리를 줄이기로 했다.

'shut mouth'

물론 아직도 무의식적으로 잔소리가 나온다.

그럴 때 찾아낸 방법은 급하게 자리를 피하는 것이다.

안 보면 된다.

안 보면 안 될 거 같지만 희한하게 된다.

오히려 아이들은 스스로 더 준비를 잘하고 칭찬해 달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급하게 자리를 피한 날.




매번 첫째가 밍기적거리는 동생들을 기다리며 투덜투덜했는데 오늘은 동생들이 먼저 등교하겠다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첫째보다 먼저 준비하고 쿨하게 등교하겠다고 현관문을 나가는 것도 놀라웠는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둥이들의 대화는 더 놀랍다.

"난 혼자 가고 싶어"

"난 엘리베이터 혼자 타는 건 무서워"

"우리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서 각자 간 다음 학교 앞 정문에서 만나자"

"그래"

쌍둥이지만 혼자 가고 싶은 막둥이와 아직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무서운 딸아이다.

서로 의견이 다를 때면 항상 울면서 엄마를 찾던 아이들이었는데 오늘은 둘이 의견을 나누고 둘이서 해결했다.

이것 역시 그동안 조바심으로 기다려주지 못하고 참견했던 내가 문제였다.

내가 중재하지 않아도, 결론을 내려주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들을 그동안 쉼 없이 참견하고 중재했던 것이다.

(사실 어젯밤에 이 사건으로 한바탕 소동이 있어 잔소리 포격을 했는데 그 효과인 듯하지만 말이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조바심내지 않고 기다려 준 날.


급하게 자리를 피하고, 조바심내지 않고 기다린 덕분에

오늘 나에게는 여유 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기적이 찾아온 것이다.


불과 몇 달 전 만에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왜?" 무슨 이유로 이렇게 달라진 걸까?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나'다.

내 마음이 변했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상황이지만 거기에 내 마음이 살짝 변했을 뿐인데 일상이 달라졌다.

아이들도 웃는 얼굴인 걸 보니 나는 우리 집의 공기를 만드는 사람이 분명하다.


내 마음은 어떻게 변하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오롯한 내 시간을 가지고부터인 거 같다.

하루 24시간 그 긴 시간을 나는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지 못했다.

가지려고 해 봐도 매번 집중력 부족으로 실패하곤 했다.

그래서 새벽을 이용하기로 했다.

누구의 방해도 없는 새벽 5시.

5시에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졸린 눈을 비비며 물 한잔을 마시고 실내자전거에 올라탄다.

그렇게 30분을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움직이면 정신이 또렷해진다.

행복한 내 시간이 열린다.




매일 새벽 알람 소리에 머릿속은 핑핑 돌아간다.

'그냥 자버릴까?' 하는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서.

부디 유혹을 이겨내고 100일 인증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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