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즐거운 나의 집

by 우아옹

3일 연휴를 보내고 출근해서 마치 무사가 된 듯 일을 쳐냈다.

내일부터 점검으로 외근이 이어질 예정이라 그야말로 정신없이 일을 했다.

종이컵에 만두 한 개를 가져온 후배 덕에 시계를 보니 7시가 넘었다.

4시쯤 저녁식사를 주문했는지 묻는 후배에게 난 6시에 칼퇴할 거라며 당당하게 말했다.

난 결국 후배가 시킨 만두를 손에 들고 있다.


엄마가 매일 늦어서 울고 싶다는 막둥이의 편지를 받은 이후로 가능하면 퇴근하고 집에서 아이들을 재우고 일을 한다.

오늘도 보따리장수 마냥 일거리를 한가득 들고 사무실을 나왔다.

보통 운전을 하면서 오디오북을 듣거나 유튜브를 듣는데 오늘은 맘 편한 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가 왜 이렇게 가라앉았냐는 말에 왈칵 울음이 나왔다.


비록 일은 잔뜩 들고 가지만 우울한 마음만은 집 앞에서 모두 털어내고 집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 한 층 올라갈 때마다 표정을 밝게 해 보려고 노력한다.

신기하게도 얼굴에 미소를 짓는 노력을 하면 마음도 살짝 미소 지어줄 때가 많다.

현관문 비번 누르는 소리에 벌써 삼 남매가 나와 시끌벅쩍한 소리가 들린다.

"안~녕!"

있는 힘껏 웃어본다.

나의 웃음에 재잘재잘 화답하는 아이들 덕분에 나 역시 다시 웃는다.


회사로 배달 온 신랑의 선물을 자세히 볼 틈이 없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정성스러운 편지가 같이 있었다.

하루종일 긴장하면서 일을 했더니 온몸에 가시가 돋은 느낌이었는데 사랑스러운 편지에 마음이 스르륵 녹는다.

하루종일 고생했다며 쉼이 필요할 때는 쉬어야 한다고 안마의자로 인도해 주는 신랑 덕분에 온몸에 돋은 가시는 없어지고 예쁜 마음의 꽃이 피어 글을 쓰고 있는 여유가 생겼다.


즐거운 나의 집이 있어 행복하다.




무심코 던진 칭찬의 말이 지친 누군가에게는 살아가는 힘이 됩니다.

-우아옹 생각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결혼식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