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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옹 Oct 30. 2023

[강원도]여행의 마무리는 라면입니다만

여행은 즐거워


11명의 친정식구가 가을을 핑계 삼아 1박 2일 단풍여행을 다녀왔다.

주말에 운동을 하는 첫째 아이가 이번주는 쉬게 되어 갑자기 정해진 여행이었다.

하지만 이틀 만에 대가족이 들어갈 숙소를 잡고 무계획으로 다녀온 여행치 고는 만족도가 높았다.

복직을 하고 주말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만으로도 행복지수가 마구마구 올라갔다.

파란 하늘과 알록달록한 단풍은 마음속에 솜사탕 같은 달콤함을 선사한다.


숙소담당 올케는 매번 우리를 좋은 곳으로 인도한다.

이번 숙소는 3년 전 코로나 때 와보고 만족도가 높았던 홍천이다.

3년 왔을 때와 변한 건 거의 없었다.

단지 마스크를 빼고 즐겁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어 우리의 마음이 더욱 신났을 뿐이다.

근처에 놀이기구도 있고, 곤돌라 타고 올라가면 양떼목장이랑 스카이그네까지 있어 고만고만한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오기에 안성맞춤이다.

아쉽게도 저번주까지만 운행한 루지를 못 타서 큰아들 입이 나와 하늘 높이까지 올라갔지만 시원한 가을바람에 그마저도 하하 호호 웃어넘길 수 있었다.


여행하면 맛집 투어가 빠질 수 없다.

이번 여행은 복직해서 생긴 복지포인트 소진이 목적이기도 했기에 풀코스로 내가 쏘겠다고 했다.

제일 신난 남편이 소고기 맛집을 예약해서 온 가족이 신나게 배를 채우고 숙소에 와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즐거운 게임을 했다.

슬슬 아이들이 잘 시간이 되니 어른들의 눈빛 교환이 바삐 이루어졌다.

아이들을 빨리 재우고 편하게 음주가무를 하고자 하는 눈빛.

그러나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

조금 빨리 재워보겠다고 숙소 전부를 소등하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는 다음날 아침 7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눈을 뜨고 깨달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맛있는 김치찌개 냄새에 홀려 눈을 떴다.

역시 친정엄마가 있는 여행은 항상 옳다.

우리끼리 왔다면 아침은 당연히 라면이었을 텐데 식탁에 9첩 반상이 떡하니 차려져 있다.

전날 바리바리 싸 온 엄마의 아이스박스를 보며 구시렁구시렁했던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부모님을 모셔다 드리고 집에 가려고 하니 아빠가 "덕분에 즐겁게 잘 놀았다~"하시며 웃으신다.

징징대는 막둥이를 차에서 안고 오셨으면서도 즐거웠다는 우리 아빠다.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아이들이 어리다 것에 개의치 않고 자주 여행을 갔다.

물론 아이들이 어릴 때는 항상 부모님과 함께 했다.

말은 부모님을 위해서 함께 가자고 했지만 아이들이 어리니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커가니 부모님에게도 조금이나마 힐링이 되는 여행을 해드릴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저녁은 맛있는 소고기를 먹고, 아침은 할머니표 가정식 백반을 먹고, 오는 길 점심은 비싸지만 건강한 한정식을 먹었다.

하지만 삼 남매는 집에 와서 1박 2일을 보며 먹는 라면이 제일 맛있다며 좋아한다.


삼 남매도, 우리도, 우리의 부모님도 즐거우면 된 것이다.

이것 또한 여행이 주는 추억이고 즐거움이리.


리면 3개에 떡, 만두를 마구 넣어 5인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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