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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독감 걸리면?

버티면 된다!

by 우아옹

생일 전 날 독감은 너무해

퇴근하고 오니 딸내미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내일 내 생일인데 으앙~"


아침에 어깨가 아프고 코가 막힌다고 칭얼거리는 걸 괜찮다며 등교를 시켰다.

열감이 있나 싶었지만 워낙 기초체온이 높은 아이라 체온계를 꺼냄과 동시에 등교거부가 있을까 싶어 출근준비를 핑계 삼아 애써 외면했다.

엄마랑 병원 가고 싶다는 아이에게 내일 주말엔 사람이 많으니 학교 끝나고 할머니랑 다녀오라며 아이에게 어떠한 여지도 주지 않았다.

친정엄마가 3시 반쯤 독감이라고 보낸 카톡을 퇴근하기 10분 전에 확인을 했다.

그사이 연락도 없이 참고 있었던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행히 38도 정도로 가볍게 온 독감이라고 해서 아이는 크게 힘들어하지 않았다.

단지 조카들과 함께 할 생일파티를 잔뜩 기대했는데 못하게 되어 마음이 더 힘들어 보였다.

미안한 마음은 접어놓고 엄마랑 같이 자자며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를 달랬다.

나도 감기기운이 있어 기침이 나기 시작했는데 새벽에 추운 바닥에 누워있는 나를 누군가 때린 것처럼 아프고 추웠다.

일어나 열을 재어보니 38.2도였다.

주섬주섬 양말을 신고 겉옷을 하나 더 입고 아이를 보니 다행히 아이는 열이 내렸다.

나도 독감이구나 싶었다.




몇 년 전 시어머니 칠순기념으로 4박 5일 푸꾸옥에 다녀온 적이 있다.

가기 며칠 전 큰아이가 독감 진단을 받았다.

가는 날에 어느 정도 열이 내려 마스크를 쓰고 출발했다.

다행히 아이는 도착하자마자 정상체온으로 돌아오고 최상의 컨디션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조식을 먹으러 가는 길에 분명 누군가 등을 찌른 느낌처럼 근육통이 왔다.

다행히 숙소 안에 국제병원이 있어 울면서 갔지만 받은 건 발포비타민과 염증약 하나였다.

의사 왈 "우린 타미플루 없어! 그냥 버텨!"

"나 지금 40도인데 어떻게 버텨?"

"그래서 비타민 줬잖아!"

그 후 40도를 넘나들며 4박 5일 동안 큰 숙소를 혼자 지켜야 했다.

신기하게도 비상용으로 가져온 해열제와 발포비타민만 먹었는데 마지막날이 되니 열이 내리긴 했다.

집으로 오는 날 처음으로 푸꾸옥의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의사말이 맞네! 버티면 되네!' 죽을 거 같았지만 죽지는 않는다는.

그 이후 몸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비타민을 마구 투여한다.

버티기 위해!


한 것! 기처럼 또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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