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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옹 Nov 23. 2023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실까?

산타보다 더 좋은 할아버지가 있다는 걸

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왔다.

11월이면 거실 한편을 차지하는 트리

작년까지만 해도 아빠가 트리를 꺼내와 가지를 하나하나 펼쳐야만 가능했던 트리 꾸미기.

저녁을 먹고 트리를 꾸미자는 삼 남매 제안을 모른척하고 있었는데 큰아들이 기어이 베란다에서 꺼내왔다.

의자까지 동원하여 셋이서 꽁냥꽁냥 트리 만들기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나무가 까슬하니 장갑을 끼고 해야 한다는 조언에 우르르 가서 가져온 털장갑

(아들, 그 장갑은 좀--:;)


엄마, 아빠 도움 없이 뚝딱뚝딱 트리를 완성해 가는 삼 남매.

소품통에서 작년에 딸이 써놓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발견했다.

'엄마 예뻐요'는 거짓이라며 갑자기 삼 남매 토론이 이어졌다.

질 수 없다.

설거지를 하며 귀가 풍선처럼 커져서 듣고 있다가 무서운 레이저 눈빛을 발사하며 말했다.

"엄마한테 잘해야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줄걸!"

 날렸다. 유치하게.  한방.

그러나, 보통 이러면

"엄마가 젤 이뻐요!" 하며 사랑스런 눈빛으로 나를 녹이던 삼 남매였는데 오늘은 안통한다.


큰아들이 정색하며 얘기한다.

"엄마! 산타가 누군지 몰라요?"

'잉? 작년까지만 해도 동생들한테 비밀이라고 하더니 이건 또 무슨 개똥 같은 소리?'

아들의 속내를 몰라 어찌 대답할지 고민하다 모르쇠로 응대했다.

"엄마는 모르겠는데"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큰아들

"3동 할아버지잖아요! 발음도 비슷하네 ~ 산타"

여기서 3동 할아버지는 친정아빠다.

예전에도 글을 쓴 적 있지만 우리 아빠는 손주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시는 분이다.

"그러네! 3동 할아버지는 원하는 건 뭐든 해주시니깐 산타보다 더 좋은 산타네"

둥이들이 맞장구치며 조잘조잘 이야기한다.


드디어 초록초록한 가지를 하나하나 펼치고 알록달록한 장식을 가지에 턱턱 걸치기 시작했다.

"오빠, 이게 조금 더 이쁘지?"

"그래~ 근데 이쪽으로 하면 더 좋을 거 같아"

"그런가? 그러자!"

다정한 남매의 대화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가운데 왕 별을 서로 달겠다며 울고불고했던 작년이 생각났다.

몸뿐 아니라 마음도 한 뼘 한 뼘 자라는 아이들

그 자체로 사랑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꾸민 트리가 제법 예뻐 보인다.

30분도 안 되는 노동을 하고 소파에 앉아 달콤한 휴식(영어동영상 시청)에 빠진 삼 남매

그 타이밍에 딸내미의 전화벨이 울린다.

"어~ 할아버지! 우리 트리 꾸미고 쉬고 있어" 하며 건성건성 대답하는 삼 남매

못 본 날에는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하는 할아버지는 오늘도 타이밍을 잘 못 맞추셨다.


점점 자기들 필요할 때만 할아버지를 찾는 삼 남매

할아버지의 외사랑은 점점 짙어지겠지만 아이들이 크면 알게 될 것이다.

할아버지의 찐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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