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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정월대보름에 귀인들을 만나다.
by
우아옹
Feb 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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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 동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였다.
고등학교 1학년때 담임선생님이 등본을 발급하기 위해 오셨다.
극소심 A형이던 나지만 어른이 되었으니 용기를 내보자라는 생각에 쫓아나가 인사를 했다.
"저 1학년때 선생님반이었던 ㅇㅇㅇ예요~"
"아, 그래"
그게 끝이었다.
바쁜데 뭐 더 할 말이 있냐는 그분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튀는 거 하나 없던 나를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간단하게 끝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 이후로 난 AAA형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생을 살아오면서
가끔 얼굴만 아는 사람을 우연히 만났을 때,
가끔 인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 지나갈 때,
그럴 때마다
그분의
눈빛이 떠올라
멈칫하게
된다.
브런치로 인도하신 그녀를 만나는
날
첫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그녀를 알게 되었다.
초보 학부모로서 정보 하나라도 얻기 위해 기웃거리던 유튜브에서 "운동, 독서, 칭찬하셨어요?"로 시작하는 그녀의 멘트에
매혹
당했다
.
그렇게 매일 아침 나 혼자 그녀를 만나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혼자만 보던 귀인을 실제로 만나는 날이다.
딸내미가 골라준 머리띠를 하고
안 하던
화장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향했다.
그녀의 강의는 솔직했다.
유튜브에서 얘기했던 그 느낌 그대로,
있는 그대로 참으로 담백하게 거칠지만 우아하게 이야기했다
.
'배우고 싶다
저 모습'
하면서 하트 뿅뿅 날리다
정신 차려보니 강의가 끝났다.
그녀 덕분에 알게 된 그녀들도 만났다.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가상공간에서 이야기하던
그녀
들이지만
우리는 서로를 알아봤다.
까르르 웃으며 옹기종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결이 같은 사람들과의 대화는 마음속을 꽃밭으로 만들기 충분하다
.
그녀들 또한 나에게 다가온 소중한 귀인들이다.
팬미팅 마냥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그녀의 손을 잡고 용기 내어 속삭였다.
"덕분에 인생이 달라졌어요!"
나답지 않은 행동에 깜짝 놀라 얼굴이 빨개졌다.
그때 난 보았다.
그녀의 따뜻한 응원 눈빛을
어린 내가 그 시절 담임선생님에게 받았던 용기에 대한 무시의 눈빛은 이젠 기억되지 않을 듯하다.
삶이 참으로 즐거워졌다
.
소심한 트리플 A형에서 멋진 all A형으로 환생해라 얍!
한때 좋아했던 윤종신의 노래가 머릿속에 맴돈다.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내 모든 게 다 달라졌어요
그대 만난 후로 난 새 사람이 됐어요
우리
신랑
이 제일 놀라요
오 새로워라 처음 보는 내 모습
매일 이렇다면 모진
이 세상도 참 살아갈만할 거예요
보름달님 소원 이루어주세요~
* 나를 찾을 수 있도록 삼남매와 낚시체험 가서 낚싯바늘 끼우느라고 고생한 신랑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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