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춘기 시작점과 갱년기 시작점이 만났을 때

정상입니다만,

by 우아옹


"왜 그래야 하는데요?"

"싫어요, 내 맘인데요."

무슨 말만 하면 "싫어요"부터 나오는 사춘기 직전의 사내아이


"휴, 네 말은 알겠어, 하지만 이건 해야 하는 거잖아'

무슨 말만 하면 한숨부터 나오는 갱년기 직전의 여자


사춘기와 갱년기에 돌입한 두모자의 신경전은 집안을 냉장고로 만들기 충분하다.






"빨리해 안 그러면 나 먼저 갈 거야"

"얜 항상 늦어요"

사춘기 사내아이에게 세상 바쁠 것 없이 느긋한 동생이 좋을 리가 없다.


"엄마가 없을 땐 네가 보호자야"

"조금만 기다려줘, 아직 안 늦었잖아"

갱년기 직전의 여자에게 동생 하나 제대로 못 기다리는 사내아이가 이뻐 보일리 없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바꿔보는 건 어때?"

아이를 위해 진심으로 이야기해 보지만,

'또 잔소리 잔치구나'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내아이

사실 긍정적 생각하기는 갱년기가 시작된 여자에게도 어렵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강요하는 게 들킨 거 같아 움찔하다.


끝없어 보이는 평행선이다.


누군가 그랬다.

"너 마흔 넘었지? 아이 10살 넘었지?

그럼 그게 정상이야"


그렇구나,

우린 지금 치열하게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구나.





다행스럽게도 사춘기와 갱년기가 만났을 때 항상 불협화음만 있는 건 아니다.

남북한이 휴전협정을 하듯 우리에게도 가끔 평화가 찾아온다.

그런 날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던 동생들 표정이 세상 해맑다.


3번의 사춘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갱년기는 1번이라 다행이다.

제발 콤보로는 오지 말아 다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