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다짐.

by kasory

올해의 아이들과도 '원더'를 보았다. 정말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꺼내놓을 땐 늘 엄청나게 긴장되고 떨린다. 아이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나와 같은 것들을 보고 느껴줬음 좋겠는데, 라는 마음이 너무도 간절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사소한 반응 하나하나에도 온 몸의 촉수가 곤두서 한껏 눈치를 보게 된다.



다행히도 아이들의 공감력은 무척 뛰어났다. 내 염려가 무색할 정도로 많은 것들을 느껴줬고 반응해줘서 오히려 내가 새로이 보게 된 것들이 있을 정도였다. 내가 무척이나 아끼는 작품이 정말 잘 봐줬으면 좋겠다고 바란 사람들에게 듬뿍 사랑받아서 벅차고 기뻤다.



사실 이 영화를 지금 보여준 것은 이유가 있었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차별적 발언을 툭툭 내뱉고 심지어 혐오발언을 해놓고도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모른 채 즐거워하는 모습을 몇 차례 목격하고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더'를 보여주면서도 내심 걱정했다. 제대로 못 느낄까봐. 이 영화의 메세지를 잘못 읽어낼까봐. 영화를 본 후엔 아니라는 걸 알아서 다행이었지만, 이 감흥이 여기에서 끝나면 아이들은 계속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아이들이 영화를 자신의 삶과 엮어 들여다볼 수 있게 촘촘한 질문이 들어간 질문지를 만들었다. 신중하게 생각해서 솔직하게 답변해주었음 좋겠다고 말했지만 질문이 어려울까 싶어 또 눈치를 봤는데 웬걸, 너무도 훌륭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꾹꾹 눌러담아 적어주었다. 아이들은 이미 옳고 그름에 대한 동물적 감각이 충분히 있었다. 다만 그 감각을 표현할 언어를 아직 배우지 못해서, 배웠지만 내뱉을 용기가 없어서, 혹은 옳음보다 또래관계가 훨씬 더 중요해서 휩쓸려 갈 뿐이었다.



아이들의 글을 열심히 읽으며 어떤 씨앗을 던져줘야 할까 고민했다.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나는 자주 조급해진다. 그 방향이 아니라는 걸 너무도 잘 알겠기에 나서서 이끌어주고 싶어서, 가르쳐 준 것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이 하루로 아이들이 당장 악해지거나 선해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눈 앞에 닥친 것에 일희일비하게 되어서 자꾸만 마음을 쓰게 된다.



하지만 변화는 그렇게 빨리 오지 않는다. 가치에 관한 것은 더더욱. 알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모르는 곳에서 누군가는 상처받고 있을까봐, 이러다 교실에 균열이 생길까봐 나는 늘 두렵고 염려스럽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힘을 믿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오늘 나눈 이야기들이 아이들에게 조그마한 씨앗을 던졌다면 그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열심히 살피고 물을 줘야 한다. 그 물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용기겠지.



올해는 올바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용기를 아이들에게 열심히 심어주고 싶다. 그로 인한 자정작용을 끈기있게, 일관되게 기다리며 1년을 가꾸고 싶다. 용기있는 언어로 우리의 삶을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바꾸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나는 지금의 땅에 발을 딛고 있다. 그들에게 진 빚을 잊지 말고 아이들과 열심히 잘 살아야지.
#원더진짜원더풀


2019. 04.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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